2% 초반까지 떨어진 韓 경제 성장률..다가오는 'R의 공포'

IMF,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2.3% 제시..지난 4월보다 0.2%p 하향
내년 경제성장률은 2.9% → 2.1% 조정

IMF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모습. /연합뉴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3%로 예상했다. 지난 4월 2.5%로 내다봤던 한국 경제성장률을 세달만에 0.2%포인트(p) 하향 조정한 것이다. IMF는 지난 4월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0.5%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영향으로 세계 경제 둔화가 예상되고, 한국도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IMF의 분석이다.

최근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내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1일 ‘2022년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한 3.0% 대비 0.4%p 내려간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3.0%(작년말)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IMF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2.3%’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제기구와 주요 싱크탱크가 제시한 전망치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1%로 0.8%p 내렸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한 데 따른 경기 둔화가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IMF가 이번에 제시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수렴하는 수준이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 보고서에서 발표한 한국의 2021~2022년 잠재성장률 2.0% 보단 높지만, OECD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2.4%보다는 낮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노동·자본·토지 등 생산 요소를 모두 사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으면 저성장 상황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을 기록하는 경기 후퇴,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IMF가 제시한 2.3% 경제성장률은 한국 경제의 경기침체 전조로 볼 수 있다”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데, 금리 인상으로 인해 내년까지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2% 초반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면 지난달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내다봤던 기획재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경제정책과 세제개편의 기초 전제로 깔았던 경제 상황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4.7%)도 올 6월까지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미 4.6%를 기록해 빗나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으로 세계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도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평가한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 침체를 맞을지, 아니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미국은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이 꺽이기 시작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반면, 국내 물가는 아직 꺽이지 않고 있다”며 “물가를 빨리 잡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