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이 697억원 빼돌릴 동안 은행은 뒷짐 지고 있었다
직인 도용에 1년간 무단결근까지..은행의 내부통제는 작동 안 해
우리은행 직원 한 명이 8년간 횡령한 금액이 총 7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이 직원은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 결재 및 출금을 했고 파견 간다고 속이고 1년여간 무단결근을 하는 등 일탈을 일삼았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잠정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전모씨가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차례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614억5000만원보다 횡령 금액이 83억원가량 늘었다.
전씨가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614억5000만원)을 횡령한 것 외에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59억3000만원),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출자전환주식(23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금액이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자금이 주로 주식이나 선물 투자, 친·인척의 사업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씨의 개인적 일탈 외에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고 봤다. 전씨는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했으며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은행의 대외 수·발신 공문에 대한 내부 공람과 전산 등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통장과 직인을 관리하는 역할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씨는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는데, 모두 전산결재가 아닌 수기결재였다.
금감원은 법률 검토를 거쳐 전씨 외에 우리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경영실태 평가 시 사고 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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