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분기 연속 성장'에도 못 웃는 한국 경제
거리 두기 해제로 민간소비 회복
수출, 3.1% 감소…2년 만에 최저
물가 상승에 코로나 재확산 겹쳐
주요 수출시장 경기 둔화 우려도
올 ‘2.7% 성장’ 달성 쉽지 않을 듯
올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1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거리 두기 전면 해제로 민간소비가 살아난 반면, 주요 성장동력인 수출은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고물가 속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아 하반기 경기 하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0.7%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성장했다. 분기별 성장률(전기 대비)은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20년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성장률보다도 0.1%포인트 높았다.
성장률 0.7%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이다. 민간소비가 살아난 것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2분기 민간소비는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3.0% 증가해, 지난해 2분기(3.3%)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1분기 성장률을 떠받쳤던 수출은 화학제품, 1차 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3.1% 감소했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분기(-0.7%) 이후 처음이며,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2분기(-14.5%) 이후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1.0%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사회보장현물수혜를 중심으로 1.1% 늘었다.
업종별 성장률은 서비스업 1.8%, 건설업 0.2%, 제조업 -1.1%, 농림어업 -6.4% 등이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거리 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운수업(9.8%), 문화 및 기타(9.0%)의 상승폭이 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더 내리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인데, 일단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한은으로서는 물가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에 부담을 좀 덜게 됐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산술적으로 3·4분기에 각각 전기 대비 0.3%씩 성장한다면 2.7% 달성이 가능하다”면서도 “우리 경제는 높은 물가 오름세,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 경기 하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2분기 성장세를 주도했던 민간소비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고물가·고금리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증시·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을 통해 누렸던 ‘부의 효과’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소비의 바탕이 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고, 코로나19 재확산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7월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2분기의 소비 호조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기여도가 회복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간소비의 반짝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률 전망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전 세계 교역 부진과 통화 긴축이 본격적으로 지표에 반영되면 경기 하방위험이 부각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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