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사건 후.. 성차별 대학 문화 비판 대자보 내걸려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해'

인하대에 붙은 비판 대자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캠퍼스 내 학생 성폭행 추락사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에서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인하대생 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전날 25일 교내에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여 “최근 마주한 사건은 평등한 학교, 안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를 넘어 뒤늦은 과제임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남자 의대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우들을 성희롱하고 총학생회 남후보가 여학우를 스토킹했을 때도 누군가는 성급히 일반화하지 말고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말을 했다”며 교내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화를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년’으로 공격당할까봐 검열하는 사람들, 이윤을 우선시한 학교 측 조치로 해고당했을 경비노동자들, 그들은 화가 나도 참고 숨죽여 말해야 했다. 이젠 이들이 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6일에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인하대생 B라고 밝힌 학생은 대자보에서 “대학가에서 여성이 모욕당하고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사건을 개별화해 개인의 일탈, 숨기고 묻어야 할 오류로 치부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차별은 실제로 일어난 모든 사건과 그것들을 상관하는 총체”라며 “이번 인하대 사건에서 성차별을 읽어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성급하지 않다”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새벽 시간대 인하대 단과대학 건물에서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졌다.

사건의 가해 남학생이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던 피해자를 끌고 건물 3층까지 올라간 사실이 확인됐는데 걷기도 힘든 피해자를 끌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범행 장소를 물색해 이동하는 등 계획범죄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그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난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5층짜리 건물 안에서 떨어졌으며, 추락 층수는 3층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피해자 B씨의 추락에 대해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했지만, 살인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인하대 1학년 A씨에게 준강간치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다.

경찰은 A(20·남)씨의 정확한 범행 시각을 지난 15일 새벽 2시 20분에서 30분 사이로 특정했다.

범행 당시 A씨의 휴대전화에 불법 촬영된 영상에서 근거를 찾아낸 것으로, 해당 영상은 제대로 촬영되지는 않았지만 소리가 녹음돼 있었다.

사건 현장이었던 3층 창틀을 넘어 B씨가 추락하려면 A씨의 행동이 원인이 됐을 거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반면 그는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카메라 버튼은 실수로 눌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는 학칙에 따라 A씨의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와 성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