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 '용적률 1700%' 초고층단지로
도심 공실 확대 우려.."이익 공공 환수 방법 불명확" 지적도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일대를 국제업무지구로 만드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용적률 1500% 이상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선 업무·상업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안이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구상했던 계획의 연장선이다.
개발은 공공에서 먼저 12조원가량을 투자해 부지·인프라를 조성한 뒤 민간이 구역을 쪼개 들어오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1만가구 건설이 거론되기도 했던 주택 비중은 5000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오 시장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하며 “지난 임기 때 추진했던 사업이 2013년 최종 무산된 후 방치돼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제시한 용산정비창 일대 개발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구역은 용산정비창과 선로 부지, 용산 변전소·용산역 후면 부지 등을 포함해 총 약 49만3000㎡ 규모다. 여의도공원의 2배, 서울광장의 40배에 달한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 불리며 수십년간 각종 구상이 거론된 용산정비창 일대 개발안은 번번이 이뤄지지 못했다. 2007년에도 오 시장이 31조원을 들여 용산국제업무시설 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으나 이듬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 시기를 겪으며 시행사 부도를 시작으로 좌초된 후 2013년 구역지정이 해제됐다.
서울시는 주거·상업·업무 기능이 복합된 고밀도 개발을 위해 이곳을 서울 첫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용도지역 입지규제를 받지 않고, 법적 상한 용적률 1500%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외국 기업 유치와 외국인 정착을 위해 국제교육시설·병원도 들어선다.
오 시장은 “용적률은 평균 120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은 1500% 이상, 1700%까지 올려 입체화된 구조에 효율화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통체계는 지하에 조성해 차량은 땅 아래서 오가고, 지상은 절반 이상을 녹지로 만든다. 녹지와 보행로는 용산역에서 용산공원, 한강까지 잇는다.
개발 공간의 70% 이상은 업무·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채우기로 했다. 이에 주택 물량은 2020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만가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주택은 5000가구, 오피스텔 1000실이 예정돼 있다. 공공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이 정한 25% 수준으로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전자상가 등 주변까지 연계하면 주택 공급은 1만가구보다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완성되면 전 세계 기술 기업이 입주를 원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 도심 업무 공간의 과잉공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서울시는 종로구 세운지구 일대도 고밀도 개발을 통해 업무와 주거가 복합된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추진 중이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0여년 전 사업 난항에는 수요 부족의 원인도 있었다”며 “산업구조, 서울의 상황 등이 달라져 오피스 수요가 과거보다는 늘었다고 해도 도심 공실을 늘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앞서 민간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주도해 구역 전체를 개발하는 방식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서울시주택도시공사(SH)와 코레일이 지분을 각 30%, 70%씩 갖고 공동의 사업시행자로 나서기로 했다. 공공에서 부지와 인프라를 우선 조성한 뒤 민간은 부지를 쪼개서 구역별 개발을 맡아 전체 지구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SH와 코레일이 ‘용산개발청’(가칭)이라는 전담조직을 꾸려 약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코레일은 토지(5조5000억원)를 SH는 개발 비용(2조원)을 투자한다. 용산역 인근에 코레일이 건물을 지어 임대·분양하는 데 총사업비 12조5000억원 정도가 들어갈 예정이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책무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장치로는 좋지만 ‘개발 공익 실현’ 측면보다 ‘민간 대신 리스크 부담’이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개발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여의도 IFC의 ‘먹튀’ 논란처럼 공공의 땅에 특정 업체만 특혜를 받았던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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