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불꽃 설전'..한동훈 vs 박범계 '격돌'
어제(25일) 전·현직 법무부 장관 간의 대정부질문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의원 두 사람이 시종일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오늘까지 이어졌는데, 관련 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정회원분들이라면 모두 익숙한 별칭이죠. 오늘도 우리 '토일남' 복국장은 어김없이 막대한 과업을 주셨는데요. 어제 대정부질문 주요 내용을 정리하라고 말이죠. 그래서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의원인데요. 토론회는 아니었지만 '토읽남 모드'로 두 사람의 대정부질문 하이라이트만 모아 재밌고 빠르게 읽어드리겠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견제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필망입니다. 그래서 제가 애정을 갖고 따끔하게 물어볼 거예요.]
'한동훈 VS 박범계', 전현직 법무부 장관 간의 빅매치인 만큼 시작 전부터 이목이 쏠렸습니다. 박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앞서 한 장관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했는데요. 단단히 벼르고 있으니 각오하라는 출정의 변이었죠. 예고한 대로 박 의원은 초반부터 기선 제압에 들어갔는데요. 첫번째 하이라이트 #장학퀴즈입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오랜만이에요. 헌법에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아십니까?]
[한동훈/법무부 장관 :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한동훈/법무부 장관 : 그런 원칙이 있습니다.]
이 장학퀴즈, 지난 대선 토론회 때 상대 후보들이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자주 써먹었던 전법인데요. 박 의원도 이 장면을 눈여겨봤었나 봅니다.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작계5015 아시죠? {네.} 작계5015가 발동이 되면 대통령으로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됩니까?]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 글쎄요. 한번 좀 설명해 주시죠.]
[안철수/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 혹시 윤후보님께서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십니까?]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 40점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철수/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 : 예, 84점인데요.]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 아참, 84점 예.]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RE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지요. RE100이 뭐죠?]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그러니까 이게 재생에너지 100%.]
박 의원도 이런 그림을 원했던 거 같은데요. 계속 장학퀴즈를 이어갔죠. 하지만 한 장관은 과거 윤 대통령과 달리 이미 회피 기술을 익혀둔 듯합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행정조직 법정주의란 말 들어본 적 있습니까?]
[한동훈/법무부 장관 : 말씀해 주시면 듣겠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모르십니까?]
[한동훈/법무부 장관 : 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몰라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 말씀해 주시면 듣겠습니다. 너무 기본적인 말씀을 하시는 거니까요.]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조세법률주의 아시죠?]
[한동훈/법무부 장관 : 법에 나온 겁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죄형법정주의 아시죠?]
[한동훈/법무부 장관 :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장학퀴즈가 무위에 그치자 박 의원은 다음 작전으로 넘어갔는데요. 두번째 하이라이트 #샤우팅 VS 고음불가입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정당당하다면 법무부 직제령 제3조 직무조항에 여기에 인사라는 두 글자를 넣어야 돼요. 넣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즉 업무는 없는데 직위는 만들었어요. 이게 꼼수입니다. 이게 법치 농단이에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외양은 법치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법치다 이 말입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됐죠. 앞으로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는 법무부가 맡게 된 건데요. 박 의원은 이 자체가 "꼼수고 법치 농단"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시종일관 한 장관을 향해 언성을 높였는데요.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동훈 장관 내 마음에 들면 검증 안 하고 내 마음에 안 들면 검증하는 거예요?]
한 장관은 '샤우팅'에 '고음불가'로 맞섰습니다. 비교적 낮은 목소리로 조목조목 반박하며 각을 세웠는데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 과거에 그러면 위원님께서 근무하셨던 민정수석실에서는 그럼 어떤 근거에서 사람들 명부를 대놓고 나서 검증하셨습니까? 인사검증이라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 권한을 보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뢰를 받아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과 관련해서 동의를 받아서 1차적인 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거기에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해오던 업무가 법무부로 넘어갔을 뿐이라는 반박이죠. 법적으로 하자가 전혀 없다는 건데요. 박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한 장관에게 지나치게 큰 권한이 집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국무총리를 검증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검증하고 대통령의 수석들을 검증할 수 있는 왕중의 왕, 1인 지배의 시대. 그걸 한동훈 장관이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아니면 다입니까? 아니라고 하면 다예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아니, 실제가 아닌데 그걸 인정하라고 하시는 거는 얘기가 안 되는 것이고요. 객관적으로 제가 판단 없이 기본적인 자료를 넘기는 것인데 그게 뭐가 문제인 것이며 그동안에 밀실에서 진행되던 인사검증 업무를 부처의 통상 업무로 전환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진일보라고 생각합니다.]
한 장관을 계속 거칠게 밀어붙이던 박 의원, 잠시 화제를 전환했는데요.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이 질문은 안 하려 그랬는데요. 이재명 의원 부인의 법카 이용 의혹과 관련해서 130회 이상 압수수색했습니다. 과잉수사 아니에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경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 법무부 장관에게… 게다가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아니죠. 아니죠. 법무부 장관이 여전히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고…]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저는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거나 그러고 있지 않지 않습니까?]
이재명 의원의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에 대해 물었는데요. 경찰의 과잉 수사를 지적하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게 경찰 수사를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맞섰습니다. 자신은 과거 박 의원처럼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의사도 없다고 못 박았는데요. 박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해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위증 의혹 사건을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던 점을 꼬집은 겁니다. 한 장관의 반박에 말문이 막힌 박 의원, 결국 #작전타임을 사용했습니다. 한 장관에서 잠시 이상민 행안부 장관으로 선수 교체를 요청한 겁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잠깐 들어가계세요. 행정안전부 장관 나오십시오.]
박 의원은 잠시 이 장관을 상대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작전타임은 항상 짧게 느껴지는 법이죠.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한동훈 법무부 장관 다시 나오시죠.]
작전타임을 마친 박 의원, 다음 공격 주제를 정했나 봅니다. 검찰총장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요.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검찰총장 언제 임명할 거예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지금 법에 따라서 임명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여기서 나옵니다. 바로 #말잇못입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두 달째 넘는 공석인데, 대검 검사급, 고검 검사급, 평검사 전부 다 한동훈 장관이 다 해버렸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어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과거에 의원님께서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 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 물의를…]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박 의원, 검찰총장은 아직 임명도 안 됐는데 한 장관이 직접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는데요. 계속 방어만 하던 한 장관이 여기서 회심의 일격을 가했습니다. '내로남불'하지 말란 취지로 역공을 펼쳤는데요. 과거 박 의원도 검찰총장을 건너 뛰고 인사한 적이 있다고 꼬집은 겁니다. 박 의원 입장에선 괜한 얘기를 꺼냈다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온 격일까요?
박 의원이 순간 멈칫하자 회의장에서는 박수와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장관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박 의원을 더 궁지로 몰았는데요.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그러면…} 저는 지금 검찰에 의견을, 인사 의견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반영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검찰에 물어보셔도 저만큼 이번 인사처럼 확실하게 인사에 검찰의 의견을 반영한 전례가 없다고 말할 겁니다.]
불의의 역습을 당한 박 의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한 장관에게 눈총을 쏘았습니다. 20초가량 잠자코 한 장관을 노려보기만 했죠. 마치 드라마 속 이 장면을 연상케 하는데요.
대정부질문 이후 곧바로 관전평이 나왔습니다. 박 의원이 흥분하는 바람에 한 장관에게 밀렸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했는데요.
[진중권/전 동양대 교수 (CBS '한판승부' / 어제) : 제가 볼 때는 박범계 장관의 참패인 것 같아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은 말을 할 때 너무 흥분을 했어요, 이분이. 한쪽은 차분하게 답변을 하는데. 또 하나는 논리에서 좀 밀리더라고요.]
박 의원도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한 장관이 막무가내로 나오는 탓에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놨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서로 자기의 논리와 법리를 고집하니까 토론이 안 됩디다. 그런 측면에서 참 막무가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쪽에서는 또 제 생각하고 다르다고 하니까 그건 어쩔 수 없죠. 명백한 법에 나오는 것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자기 프레임을 딱 짜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하니까 토론이 안 됩디다.]
자, 오늘은 어제 펼쳐진 전현직 법무부 장관 사이의 대정부질문 배틀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전해드렸는데요. 한 장관이 대정부질문 지적 사항을 두고 오늘 직접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죠. 이 소식은 들어가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전현직 법무부 장관 불꽃 설전…한동훈 역공에 박범계 '말잇못'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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