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경위급 이어 일선 경찰까지..'불복종 운동' 번지나
주최 측 “불법적 해산명령 내릴지 똑똑히 지켜보겠다”
경찰인재개발원은 “복무규정 위반 우려, 허가 어려워”
경찰 지휘부가 오는 30일로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를 금지하자 일선 경찰들이 직급에 상관없이 14만명에 육박하는 전체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회의를 추진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의 움직임이 헌정사상 초유의 ‘경찰 불복종 운동’으로 번진 것이다.
경감·경위급의 현장 팀장 회의를 제안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26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당초 팀장 회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 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수천명의 회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직위해제와 감찰 조사를 하실 건지 두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주최 측은 30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열 것이라고 공지했다. 회의에서는 ‘경찰국 신설은 정당한가’ ‘회의 참석 총경에 대한 징계·감찰 탄압은 정당한가’ 등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며, 유튜브로 생방송한다. 회의 공지글에는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다.
일선 경찰들이 ‘전국 14만 전체 경찰 회의’까지 추진하면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리더십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집단행동을 하지 말라’는 윤 후보자의 지시를 일선 경찰들이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예정대로 ‘전체 경찰 회의’가 30일 열리고, 경찰 지휘부가 ‘엄단’ 방침을 굽히지 않을 경우 대규모 징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대규모 해고 사태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해직된 교사는 1500여명에 달했다.
다만 이 회의가 실제로 열릴지는 미지수다. 경찰인재개발원 측은 경향신문에 향후 열릴 회의가 ‘복무규정 강조사항’에 위반될 우려가 있어 대관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허가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판단을 할 때’라는 신중론을 편다.
전국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당한 데 이어 감찰까지 받고 있는 류삼영 총경도 이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전국 총경 회의 이후 경찰국 설치 및 지휘규칙 신설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국회에서도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서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 우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 시·도경찰청은 회의 전날인 27·28·29일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고 현장 경찰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감찰 대상이 된 ‘전국 총경 회의’ 참석자들은 ‘기꺼이 징계를 감내하겠다’고 했다. A총경은 메신저 대문 사진을 총경 회의에 전달된 본인 명의의 무궁화 화분 사진으로 교체했다. B총경은 ‘나를 징계하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감찰 대상이 된 총경 56명도 무조건 징계를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그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휘부도 징계 대상을 두고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법적 다툼까지 가면 불리한 측면이 많아 류삼영 총경에 대한 본보기성 징계 정도로 끝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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