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전 법제처장 "경찰국 신설, 헌법적으로 용납 안 돼..'법치 일방통행'이자 민주화의 퇴행"
법대 초년생도 아는 이야기
검찰총장 지휘완 다른 문제
“지금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법치주의의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법치주의는 권력을 쥔 쪽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고 준법을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하죠. 헌정사를 보면 법치주의의 일방통행을 강요한 정권은 말로가 안 좋았어요. 법조인으로서 서글픕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68)은 2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처장은 1988년 개소한 헌법재판소의 제1호 연구관이다. 변호사로서 제대군인 가산점, 행정수도이전법 등에 대한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헌법 전문가이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법제처장을 지냈다.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여권 쪽과 가깝다. 그런 그가 정부의 경찰국 신설을 ‘법치의 후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이 전 처장은 “정부조직법에는 시행령 개정으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통제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어떠한 규정도 없고, 정부조직법이 그것을 위임한 바도 없다”고 했다. 시행령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해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행정부가 마음대로 법률의 의미를 바꿔서는 안 되는데, 정부가 이 원칙을 어겼다는 의미다. 이 전 처장은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것이고, 여기에는 양론이 있을 수 없다”며 “법과대학 초년생한테 물어봐도 명백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 전 처장은 “법의 원칙을 허물면서 (경찰국 신설을) 하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지켜온 소신이나 헌법적 가치관으로 볼 때 용납이 안 된다”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시행령 개정이 내용적으로도 문제라고 했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업무 범위에 경찰이 포함되지 않은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게 이 전 처장 설명이다. 이 전 처장은 “정권이 경찰을 수족처럼 부리지 말자는 취지에서 1991년 경찰청이 별도로 만들어지고, 행안부 장관의 업무범위에서 치안을 뺀 것”이라며 “설령 적법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와 헌정사의 퇴행”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감독한다는 점을 들며 경찰국 신설을 옹호한다. 이 전 처장은 “(정부조직법에) 경찰의 조직·직무에 대해서는 법률로 따로 정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행안부 장관이 관여할 수 없다”며 “법무부와 (경찰국 문제는) 다르다”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지금이라도 공포를 늦추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이런 방식은 역사의 퇴행이고, 헌정사에 암울하고 상당히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민단체들 대리 고발전…또 법에 맡겨진 ‘갈등’
- “경찰국 신설이야말로 쿠데타 행위…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경감·경위급 이어 일선 경찰까지…‘불복종 운동’ 번지나
- 경찰에 두 번이나 “국기문란”…현직 대통령 발언으론 이례적
- 이상민, 이번엔 경찰대 비판 “졸업 후 경위 되는 건 불공정”
- 윤 대통령 “국기문란”…경찰 반발 직접 압박
- “사과해” “손가락질 말라” 고성·삿대질 난무한 대통령실 국정감사 [국회풍경]
- 수능 격려 도중 실신한 신경호 강원교육감…교육청·전교조 원인 놓고 공방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이러다 다 죽어요” 외치는 이정재···예고편으로 엿본 ‘오겜’ 시즌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