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두 번이나 "국기문란"..현직 대통령 발언으론 이례적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의 집단 움직임을 두고 ‘국기문란’이라는 단어를 다시 언급했다.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당시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검찰이 집단 반발했을 때 윤 대통령의 대응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라며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기문란은 국가의 기본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이 국기문란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2014년 이른바 ‘십상시’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 당시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한 것이 유일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국기문란’이라는 강경 발언을 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모두 행안부와 경찰 사이 갈등이 불거졌을 때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어이없는 과오”라고 했다. 당시 경찰의 치안감 인사가 공지 2시간여 만에 재공지돼 행안부와 경찰 간 책임 공방이 일었는데,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을 들어 경찰을 질타하면서 행안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연거푸 대통령의 초강경 메시지가 나오면서 ‘경찰 길들이기’라는 해석도 이어진다.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때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내부 반발과 경찰국 반대론자인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국기문란’ 발언도 일선 경찰들의 반발 확산 기로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과거 검찰의 집단 반발 시 대응과 대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 입법에 검찰이 집단 반발에 나섰을 때는 의견 개진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검수완박=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 입장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집단 반발에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에 직무배제되면서 검찰이 집단행동에 나섰을 때도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다.
여권은 경찰이 치안 담당으로서 무력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집단행동이 국기문란, 쿠데타와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지속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경찰서장들은) 지역의 치안 책임자”라며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치안’을 언급하며 국기문란을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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