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기문란"..경찰 반발 직접 압박
경찰 반발은 확산, 30일 예정 팀장급 회의 '14만 경찰 전체 회의'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집단반발 움직임을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고 했다. 국무회의는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담은 정부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 다음달 2일 공포·시행된다. 일선 경찰들은 오는 30일 ‘14만 전체 경찰 회의’를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도 평가대에 오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그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며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나 기반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의 집단반발을 대통령에 대한 지휘 불복으로 받아들이면서 강경 대응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12·12 쿠데타’ 비유로 갈등이 격화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반발 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개최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겨냥해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집단행동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상민 장관이 이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한 것을 두고도 “아마 그러한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경찰 업무 관련 장관과 경찰 지휘부가 원활히 소통하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경찰 내 반발 확산에 “부화뇌동식으로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쿠데타 비유가) 격한 발언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용한다”면서도 “치안의 지역 책임자인 서장들은 그것(물리력과 강제력)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므로 그런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 인력 13명을 증원하는 게 골자다. 통상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라는 이유를 들어 4일로 줄인 ‘속도전’으로 다음달 2일 공포·시행된다.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조직 전체로 확산 중이다. 오는 30일로 예고된 경찰 경감·경위급 회의는 경찰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14만 전체 경찰 회의’로 확대됐다. 경찰 지휘부는 각 시·도경찰청에 ‘집단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보내 전체 경찰 회의 전후로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여론전에 돌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그 어떠한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등은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유정인·박광연·이유진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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