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머독의 환승?.. 친트럼프 매체가 트럼프를 때린다

장수현 2022. 7. 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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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나팔수를 자처하던 머독 소유 보수 언론들이 최근 들어 일제히 "트럼프는 대통령 재선 자격이 없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머독이 소유한 언론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선거 캠페인에 이용했다.

그 대가로 트럼프는 머독 소유 21세기폭스의 디즈니 인수를 허용하고 폭스뉴스를 챙기는 등 뒤를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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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포스트·WSJ, '의사당 난입' 책임 묻고
대표적 친트럼프 폭스뉴스도 기류 달라져
"머독, 트럼프 버리고 드샌티스로 간 듯"
미디어 복합기업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 루퍼트 머독이 2017년 9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대회를 관람하는 모습. 뉴스코퍼레이션은 산하에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등 여러 언론사를 두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나팔수를 자처하던 머독 소유 보수 언론들이 최근 들어 일제히 "트럼프는 대통령 재선 자격이 없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보수 매체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벌어진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를 맹비난하는 사설을 지난 22일(현지시간) 실었다. 두 신문 모두 머독이 소유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목매달라고 요구하고 있을 때 식당에 틀어박혀 3시간 7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다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뉴욕포스트가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사회주의 좌파"라고 매도하고, 트럼프를 적극 지지했던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반응이다.

WSJ도 "트럼프는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해놓고는 폭도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폭동이 일어나도록 방치했다"며 "펜스 부통령은 1·6 심판을 통과했지만, 트럼프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2016년 대선 당선에 막대한 역할을 했던 폭스뉴스도 돌아서고 있다. 지난 22일 폭스뉴스는 애리조나주(州)에서 열린 트럼프 지지 집회를 방송하는 대신 공화당의 다음 대선 후보로 급부상 중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폭스뉴스까지 지지를 철회하면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승리에 필요한 '우군 언론'을 대부분 잃는 셈이다.


머독, 손해 커지자 트럼프 버린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 애리조나주 프레스콧에서 열린 '세이브 아메리카'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 보수 매체 폭스뉴스는 이 집회 대신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프레스콧=AP 연합뉴스

머독은 트럼프와 30년 넘게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는 머독이 소유한 언론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선거 캠페인에 이용했다. 그 대가로 트럼프는 머독 소유 21세기폭스의 디즈니 인수를 허용하고 폭스뉴스를 챙기는 등 뒤를 봐줬다.

외신은 머독이 트럼프를 버린 건 우호 관계가 주는 이득보다 손해가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폭스뉴스는 "2020 대선을 도난당했다"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결과 2조 원대 명예훼손 소송에 직면했다. 머독 본인도 "실제적 악의"를 가지고 폭스뉴스 보도를 허용한 혐의로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머독은 언제나 더 나은 정치적 파트너가 나타나면 이전 파트너를 바로 버려왔다"며 "그가 원하는 다음 파트너는 폭스뉴스가 몇 달간 긍정적으로 조명해온 드샌티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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