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내부 총질하던 당 대표 바뀌니 달라져"..문자 공개 파장

강경석 기자 2022. 7. 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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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표현을 쓴 장면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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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표현을 쓴 장면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여과 없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 尹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바뀌니 달라져”

국회 사진기자단은 26일 오후 4시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에서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장면을 포착했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이 최근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는 동시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불거진 경란(警亂)을 조기 진압하는데 앞장섰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체리 캐릭터가 엄지를 들어 보이는 이모티콘 메시지를 권 원내대표에게 보냈다.

메시지가 공개된 후 논란이 커지자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가 노출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 선배 동료 의원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오랜 대선 기간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다”며 “저를 위로하며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며 “우발적인 상황에서 언론에 노출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 野 “尹, 이준석 징계 배후 의구심” 맹공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표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당원들을 만나는 지방 순회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된 지 35분 만에 페이스북에 울릉도 사진을 올리며 “최근에야 울릉도 순환도로가 완공된 것처럼 지금까지 도서 지역에 대한 투자는 항상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썼다. 550자 분량의 글에는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고, 지역 현안에 대한 내용만 언급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 이후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불편했던 관계가 그동안 공식화되지 않았다가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권력 장악에만 몰두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보다 당무 개입이 우선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민생 챙기기에 분초를 다퉈도 부족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당권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이냐”고 날을 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무게감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한심한 날”이라며 “오늘 주고받은 문자를 보니 이 대표를 징계하고 내치는 데 (윤 대통령이) 배후 역을 맡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고 쏘아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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