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겨울철 가스 수요 15% 감축 원칙 합의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 공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번 겨울 가스 수요를 15% 줄이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EU는 가스 수요 감축을 회원국 자율에 맡기되 향후 강제성 있는 조치로 바꿀 수 있다고 예고했다.
EU 회원국 관계 장관들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엘 브뤼셀 본부에서 장관 회의를 연 뒤 이 같이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구속력 있는 가스 수요 감축이 필요한 경우 EU 차원의 경보를 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 수요 감축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각종 대러 제재에 러시아가 가스 공급 축소로 맞서자 꺼내든 고육지책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전날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다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21일 노르트스트림-1 유지보수를 이유로 중단했던 가스 공급을 재개했지만 이전 공급량의 40%로 줄였다. EU 장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의 목적은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삼는 러시아로 인한 가스 공급 차질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감축 목표치는 회원국별 사정에 따라 자체 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종 예외 조치를 둬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U 이사회는 다른 회원국 가스망과 연결돼 있지 않은 회원국은 의무 가스 감축에서 면제되며 유럽 전기 시스템과 동기화돼 있지 않은 전력망을 지니고 전기 생산에서 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도 전기 공급 위기를 피하기 위해 면제를 받는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높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천연가스의 60% 이상을 러시아산에 의존하는 헝가리는 이날 결정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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