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내부 총질 하던 당대표 바뀌니 달라져"..권성동에 보낸 문자 포착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언급한 문자 메시지가 26일 포착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에서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노출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중징계 처분에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이 커지는 등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거듭 당 내홍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윤 대통령의 원칙에도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주고 받은 메시지는 권 대행이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자신의 휴대전화로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를 보던 중 방청석에 있던 국회사진기자단 소속 기자에게 포착됐다. 대화방에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에 이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포착된 휴대전화 화면에는 대화창 하단에 과일 체리를 형상화한 이미지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이 떠 있다. 윤 대통령이 권 대행의 답에 호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 대행은 문자 입력창에 “강기훈과 함께”라고 적는 도중 사진이 찍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관계는 지난 대선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인 윤 대통령 및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극심한 갈등을 보이며, 당대표로서 두 차례 당무를 거부하는 ‘파업’을 했다. 윤 대통령이 진노했지만 당시 의원들이 나서면서 두 사람 사이가 겨우 진정됐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승리 후에도 혁신위원회 출범 등을 두고 정진석 의원, 배현진 최고위원과 공개 설전을 벌이고,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선임 문제를 두고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간장’(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이라고 비난하며 충돌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내부 총질’은 이러한 갈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 회동 여부에 대해 이 대표 측과 대통령실의 대응이 엇갈리고,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출국길에 이 대표 없이 권 대행만 배웅하는 등 두 사람의 관계에도 굴곡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의 말을 풀어보면 ‘내부 총질’을 하던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아 직무정지가 되고 권 대행 체제로 바뀐 후 당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대화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려는 화법일 수 있지만, 당 지도체제에 대한 ‘윤심’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윤리위가 지난 8일 이 대표의 성비위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린 데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세간의 의혹도 커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권 대행이 설명할 것”이라고만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권 대행은 이날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께서 당 소속 의원님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셨다. 이와 함께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울릉도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보도 직후 SNS에 울릉도 발전에 관한 글을 올렸을 뿐 윤 대통령 메시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허언이었나”라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SNS에 “대통령이 하라는 국정은 관심없고 메시지로 여당 대표 상대로 내부 총질 운운하며 좌표 찍기나 하고 있었단 말이냐”고 남겼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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