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또 피 흘리나.. 민주운동가 사형 집행에 반군부 시위 폭발

정재호 2022. 7.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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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의 민중 봉기, 승려들도 동참 
국제사회 거센 비판에도 군부는 침묵
25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복면을 쓴 시민들이 반군부 구호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얀마인들이 다시 일어섰다. 군부의 집권을 반대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사형시킨 쿠데타 군부에 맞서기 위해서다. 소수민족 반군도 결사항전에 나섰다. 국제사회도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부는 요지부동이다. 여전히 귀를 막은 이들은 저항 세력 억압에만 힘을 쏟았다.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26일로 541일째. 미얀마는 '민주화의 봄'을 불러들이기 위한 격동의 시간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민, 승려, 소수민족 모두 "반군부 결사항전"

26일 미얀마의 한 승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시민들의 반군부 시위를 지지하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현지 SNS 캡처

미얀마 군부는 표 제야 또(41) 전 국회의원과 반군부 활동가 초 민 유(53) 등 4명에 대한 사형을 23일 집행했다. 미얀마의 사형 집행은 46년 만이다.

힙합 가수였던 또 전 의원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최측근 출신으로,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반정권 시위를 주도하고 도심 게릴라 저항세력을 육성했다. 지난해 11월 체포돼 국가반역 혐의로 기소됐다. 유는 1988년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이끈 죄목으로 21년간 정치범으로 복역했다.

군부 재판부는 올해 1월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지 일 년이 지났음에도 민심의 저항이 그치지 않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였다. 당시 군부는 소수민족 반군의 격렬한 무장저항과 주요 군부 인사에 대한 테러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사형 집행에 대한 분노는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을 집어삼켰다. 군부가 수도 네피도를 장악한 상황에서 양곤은 반군부 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고, 시민들은 25일부터 복면을 쓰고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구호는 "우리는 결코 겁먹지 않는다!" 올해 두 살 난 아기까지 죽인 군부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222222 민주화 시위' 이후 6개월 만의 집단 봉기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신성시되는 승려들까지 시위에 동참했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위 구호가 적힌 푯말을 든 사진을 올리며 힘을 보태고 있다. 사형된 민주 운동가들이 생을 마감한 인세인 교도소의 수감자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교정당국이 시위 주동자 15명을 독방에 가두고 외부 면회를 전면 차단하고 있지만, 수감자들의 구호는 끊이지 않았다.

군부의 사형 집행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군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강적인 아라칸군(AA)을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정부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해오던 아라칸군은 12개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 중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무장세력이다.

아라칸군 관계자는 "민주 운동가를 처형한 어리석은 행위는 아라칸군의 용감한 영웅들을 전장으로 끌어들였다"며 "군부는 이제 죽음을 각오한 아라칸군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부 제재 모든 옵션 검토" 국제사회도 반발

26일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이 미얀마 현지 매체 미지마 뉴스와 군부의 사형집행을 규탄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미지마 뉴스 캡처

미얀마 사태를 방관하던 국제사회도 격분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군부의 사형 집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 유럽연합(EU)ㆍ미국ㆍ영국ㆍ일본ㆍ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ㆍ노르웨이 등 9개국 또한 군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의회 외교위원장은 미얀마에 대한 군사장비 판매 금지 조치와 함께 미얀마 석유가스 기업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제재안의 발표를 예고했다.

남은 관건은 미얀마 군부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과 중국의 호응이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최근 미얀마를 방문한 중국과 아세안 고위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권고를 듣지 않은 군부에 큰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국제사회의 여론이 더 악화된다면 아세안과 중국 역시 군부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태관망하는 군부… 유혈진압 재개되나

쿠데타 군부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반군부 활동가 초 민 유가 지난해 양곤 도심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유는 지난해 11월 체포돼 지난 1월 사형이 선고됐다. 이라와디 캡처

군부는 26일 "사형 집행은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국민을 위한 정의의 이름으로 사형이 집행됐다"며 "그들은 민주화 운동가가 아니라 벌을 받아야 하는 살인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군부는 무장병력을 주요 도심에 투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곤에 거주 중인 한국기업 주재원 A씨는 "기습 시위가 집중적으로 열린 양곤 국립대 인근에 무장한 군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며 "시위가 더 확산되면 유혈진압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 운동가들에 대한 추가 사형집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군부에 체포돼 수감 중인 민주인사들은 1만4,870명에 달한다. 이들 중 117명은 또 전 의원과 같은 국가 전복 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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