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성장률' 내수가 떠받쳤지만..하반기엔 내수·수출 '빨간불'

이재연 2022. 7.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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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올해 2분기 0.7% 성장했다. 수출이 예상보다 이른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내수가 경제를 떠받쳤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가 움츠러들고, 전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수출 감소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는 경제가 역성장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2%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내수 홀로 떠받친 성장률 ‘0.7%’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계절조정 기준)이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1분기(0.6%)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다. 이번 속보치는 대체로 0.3% 안팎에 머물렀던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영향으로 소비가 선방했다. 민간 소비는 대면 서비스와 의류 등 준내구재 위주로 3.0% 증가했다. 정부 소비도 사회보장 현물 수혜를 중심으로 1.1% 늘었다.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 즉 의료서비스라는 현물 제공이 증가한 영향이다. 1분기에 감소세를 기록했던 건설투자는 0.6% 늘었으며, 설비투자는 1.0% 줄었다. 소비와 투자가 개선된 영향으로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8%포인트에 이르렀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3.1% 줄었다. 수입도 0.8% 감소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나홀로’ 경기를 방어했던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수출이 외려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산업별로 봐도 수출에 주력하는 제조업의 부진이 뚜렷했다. 제조업은 화학제품과 1차금속을 중심으로 1.1%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은 1.8% 늘었다.

교역 조건이 나빠지며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0% 줄었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수출 가격보다 원유나 석탄·석유 제품 등의 수입 가격이 더 크게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 “악재 겹겹이” 하반기 경제는 ‘먹구름’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일단 2분기에 성장세를 떠받쳤던 내수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예정돼 있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미루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도 소비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다.

수출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한국의 수출 비중이 높은 교역 상대국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미국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유럽은 에너지 공급 차질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도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에너지 가격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국제유가는 최근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공급 차질이 계속되는 만큼 전망이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도 오름세를 띠고 있다.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이 움츠러드는 효과를 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확산세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경로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낮췄다. 산술적으로 3분기나 4분기에 역성장을 해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한은이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2.7%인데 하향 조정이 예고돼 있다. 다만 2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만큼 소폭의 조정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속보치가 확정되기 전인 지난 13일 “그것(2.7%)보다는 분명히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2% 중반 정도(를 예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예상보다 빨리 꺾였다”며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4분기와 내년 연간 성장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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