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년반만에 대면 정상외교 나서..베이징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2년반만에 대면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장기간 이어진 ‘칩거’가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26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와 공통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양국은 또 회담 후 낸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운명공동체를 함께 건설하는 큰 방향에 동의하고 개발도상국 상호 이익·공영의 모범과 공동 발전의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며 “양측은 최근 무역협력의 중대한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쌍방 무역 규모를 늘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글로벌 해양거점’ 협력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농업과 빈곤 감소, 식량 안보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양측은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한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면서 개방된 지역주의를 선양하고 평화·안보·번영·지속가능한 발전에 주력하는 중국과 아세안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성명은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을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초청했으며, 시 주석은 감사의 뜻을 표하며 G20 정상회의의 원만한 성공을 축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해외 정상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를 제외하면 2년 반 만에 해외 정상이 시 주석과 개별적으로 대면한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을 끝으로 대면 외교를 중단했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은 물론 해외 정상의 베이징 방문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동계올림픽 당시 개막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영접했지만 이는 올림픽 개최국 정상으로서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행보였다.
조코위 대통령의 이번 베이징 방문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실상 전면 중단했던 대면 외교를 재개하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대면 외교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활발한 대면 외교를 통해 동맹을 결집하며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도 시 주석을 움직이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 주석의 본격적인 해외 방문이나 대면 외교 복귀 시기는 3연임이 결정되는 올 가을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그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이 오는 11월 유럽 정상들을 베이징에 초청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시 주석이 잠행을 깨고 이번에 조코위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한 데는 동남아시아에서 미·중간 영향력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5월 대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 주도 경제협의체로 평가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참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이며 중국의 중요한 이웃”이라며 “조코위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 시 주석의 초청을 받은 외국 정상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하며 이번 방문이 양국의 전략적 신뢰와 협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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