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사기' IDS홀딩스 전 대표 플리바게닝 주장했지만..법원 "법적으로 인정 안 돼"

경찰관에 편의 제공받고 금품 준 혐의 
1심 "죄질 안 좋아" 징역 6개월 선고 
2심 "검사의 불기소 약속 인정 안 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1조 원대 다단계 사기죄로 복역 중인 김성훈 전 IDS홀딩스 대표가 경찰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는 "검사가 수사에 협조하면 기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 원정숙 정덕수 최병률)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대표는 경찰관 A씨에게 수사 관련 편의를 받는 등의 대가로 6,39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대표는 이에 "수사 담당 검사가 '고위공무원 비리를 제보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기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항소했다. 일종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을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었다. 플리바게닝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거나 타인의 범죄를 털어놓는 대신 검찰이 형량을 줄여 주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해 주는 제도로 미국 검찰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항소심은 김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검사가 김 전 대표의 주장과 같은 약속을 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약속이 있었다고 해도 형사소송법상 불기소 약속, 즉 '플리바게닝'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통화선물 거래로 고수익을 벌게 해주겠다며 투자자 1만여 명으로부터 1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이후 피해자들의 재수사 요청을 통해 뇌물공여 혐의로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김 전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경찰관 A씨는 2018년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