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최태원 SK회장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깜짝' 면담 성사된 배경은
백악관 "SK 미국에 29조 원 추가 투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면담이 전격 성사됐다. 최 회장은 220억 달러(28조8,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방안을 면담에서 추가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은 26일 오후 2시(미 현지시간, 한국시간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함께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되면서 격리 중이라 비대면 만남을 택했다.
두 사람은 미국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논의할 예정인데, SK가 기존 미국 내 투자 계획(2030년 520억 달러) 외에 2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백악관이 추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백악관 측은 면담 성사를 25일 밤 늦게서야 깜짝 공개했는데, 재계에선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쟁(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추모의 벽' 제막식을 주목한다. 한국전쟁에 참가한 미군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조형물이 없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한미 양국의 예산과 민간 모금으로 세워졌는데, 최 회장이 지난해 5월 현장을 찾아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에도 제막식 행사 참석을 검토할 만큼, 동맹국과 참전 용사 보훈을 중시하고 있다"며 "이번 제막식이 촉매 역할을 해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최 회장과 면담이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면담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본격적으로 민간 경제협력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산업 분야의 기술동맹을 강조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발족하는 등 경제 동맹국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SK그룹은 이 조건에 충족하는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SK그룹은 그동안 집중해 온 중국 사업을 2019년 이후 확대하지 않는 대신, BBC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기업 투자와 생산설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전 사업 분야에 총 5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선언하며 그 시작으로 올해 3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현 솔리다임 의장) 중심의 미주 사업 조직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새로 마련했다.
SK하이닉스, 미국에 첫 반도체 공장 설립할지 주목
구체적 투자 분야나 규모, 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K가 이번 면담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다면 5월 밝힌 247조 원(2026년까지) 투자 중 해외 투자액인 68조 원의 약 42%인 28조8,0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분야별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에서 구체적 계획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에 위치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자회사 '솔리다임'을 미국 산호세에 두고 메모리 반도체 중 강점이 있는 D램뿐만 아니라 낸드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제조시설이 없는데, 현재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처리를 앞둔 만큼 이번 기회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또 지난해 6월 백악관이 '공급망 100일 조사 보고서'를 통해 취약 분야로 지목한 배터리 산업도 유력 협력 분야로 꼽힌다. 현재 미국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을 비롯,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SK는 이미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온을 통해 북미를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총 3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 2개를 만들었고, 최근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테네시와 켄터키에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북미시장에 배터리 공급뿐만 아니라 원소재 확보와 생산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현지화 전략을 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에너지, 수소 산업 등 그린 비즈니스와 바이오도 관심받는 분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당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 달러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잔금 부족해 새 집에 못 들어간다니까요"... '8월 입주 대란' 비상
- '700억 횡령 우리銀'...인사·공문·직인·문서관리 모두 '엉망'
- 장도연 미자 따돌림 의혹 일자 미자 직접 해명… "따뜻하고 좋은 친구"
- 퇴직후 경비원 일한 남래진 "무위도식 하기 싫었다"
- 생방송 도중 숨었던 이병헌 "공황장애 경험, 연기에 도움 됐다"
- 반려견 '연우'… 김연아·고우림 결혼, 두 사람 이어준 연결고리는?
- [단독]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피의자 상벌위 연기
- 교사 컴퓨터에 악성코드 심어 시험지·답안지 빼낸 고교생
- 한동훈-박범계 격돌...진중권 "박범계 참패"라고 말한 이유는
- 허경환 어머니 "아들 돈 잘 벌어... 미친 듯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