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이어 정연주 사퇴 압박에미디어 기구들 '뒤숭숭'

금준경·박서연 기자 2022. 7.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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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영향? 1주년 기자간담회 머뭇거리는 방통심의위
권성동, '팩트체크' 사업도 공개 비판
국감 때 미디어 기관장 사퇴 촉구 거세질 전망

[미디어오늘 금준경·박서연 기자]

여당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압박에 나선 데 이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퇴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분야 기관 6곳의 기관장 잔여 임기는 모두 1년 이상, 길게는 2년 가량 남아있어 '신구권력' 갈등이 불가피하다. 올해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내부 구성원들은 임기 보장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기구가 적극 행정을 펼치기 어려운 점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 전반이 술렁이는 데 '고충'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힘 정연주 사퇴 연일 압박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지난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심의가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편파방송 봐주기 심의를 남발하는 정연주 위원장 사퇴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연주 위원장 사퇴 요구가 “공식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22일 박성중 의원은 심의를 “엿장수 마음”이라고 비판하며 “편파적으로 방통심의위를 운영하는 위원장은 더이상 이끌 자격 없다”고 밝혔다.

▲ 정연주 제5기 방통심의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국민의힘의 공세를 보면 '심의 편향성 문제제기'보다는 '정연주 퇴진'에 방점이 찍혔다. 대선 및 지방선거 관련 '김어준의 뉴스공장'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닌 공직선거법에 따라 별도로 구성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소관으로 정연주 위원장은 관련 심의를 하지 않았고, 직접적인 권한도 없다. 이와 관련 박성중 의원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별도 기구지만, 그 구성을 정연주 위원장의 방통심의위가 하고, 사무처 전반 감독을 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언론도 정연주 위원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치 기사를 중심으로 여당의 주장을 옮기는 보도가 이어졌고, 보수언론은 이를 확산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지면에 지난 20일 '여 '김어준 편파방송 문제없다는 정연주 사퇴하라'' 기사를 썼고, 23일 동아일보도 지면에 '여 '방심위 편파운영 정연주 위원장 물러나야'' 기사를 썼다. 앞서 정연주 위원장 임명 당시 동아일보가 '방심위 공정성 훼손할 정연주 위원장 내정 철회하라' 사설을 썼고 조선일보, 매일경제, 문화일보가 임명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민간독립기구' 방통심의위 취지 퇴색
사퇴압박 영향? 1주년 기자간담회 머뭇거려

방통심의위는 정부 기구가 아닌 민간 독립기구라는 점에서 방통위보다 더욱 강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미디어를 직접 심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방통위와 분리해 '민간 독립기구'로 분리해 출범했다. 그러나 실제론 정부여당이 위원 다수를 임명하는 구조가 돼 '정치적 구조'에 종속된 문제가 이어졌다.

정권 교체기에 방통심의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방통심의위 관계자 A씨는 “직무 독립성을 유지하고,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 있게 심의 의결 업무를 이행하기 위해 임기 보장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보면 버틴다고 해서 업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나. 적극적으로 업무를 못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방통심의위는 8월 초 정연주 위원장 취임 1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계획했으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 일정을 못 잡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 홍보팀 관계자는 “확정은 아니었고, 검토하고 있었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8월 초가 휴가철이라 조금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해 (기자간담회 여부를)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독립기구이지만 정부 차원의 협력적 논의도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문제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논의하는 등 다른 부처와 '호흡'을 맞출 일이 많다. 방통위가 정부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방통심의위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반복되는 정권 교체에 따라 기구의 정체성이 달라지면서 방통심의위 사무처 직원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방통심의위 B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이런 일이 또 없으라는 법도 없다. 윗선이 사퇴하고 나가버리면 그 자체로 사기가 많이 꺾인다”며 “수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인정해버리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때 방통심의위의 실질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위원 추천 구조 개편 논의는 일절 이뤄지지 않았다. A관계자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정치적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게 (제도적) 대응을 했어야 한다”며 “지금 이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내부적으로 보직자들이 '줄서기'를 할 염려가 있다. 이번 5기 방통심의위에서 보직 못 받은 사람들은 국민의힘쪽에 붙어 재기를 노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기관장 잔여 임기 1~2년, 국감 도화선 전망

기관장 임기가 남은 미디어 기구들은 언제 다음 타깃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2023년 10월), 조한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2024년 2월),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2024년 10월),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2024년 8월) 등 미디어 기구 기관장 임기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 남은 상황이다.

한 미디어기구 관계자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압력이 없었는데, 앞으로 사퇴요구는 거세질 것 같다”고 했다.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완료된 상황에서 기관 업무보고,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기관장 거취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 왼쪽부터 이백만 코바코 사장,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조한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 (사진 출처=ⓒ연합뉴스,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 언론중재위 제공)

방통위 산하 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경우 '팩트체크' 사업에 대한 국민의힘의 압박이 시작됐다. 팩트체크 사업은 시민 참여형 팩트체크 플랫폼으로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사업을 담당하고, 팩트체크넷이 운영하고 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YTN 인터뷰에서 “팩트체크넷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지난 문재인 정권 때 어떻게 했나. 우리 당이 주장하는 건 다 거짓이고 민주당이 주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정부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올렸다”고 밝혔다.

▲ 미디어기관장 잔여임기 현황

기관장 성향에 대한 공세도 예상된다. 이백만 코바코 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으로 임명 당시 논란이 됐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법무행정 특별위원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조한규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운 이력이 있다. 그는 2014년 11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선의 존재를 알린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세계일보 사장이었다. 보도 이후인 2015년 2월 그는 세계일보에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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