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 계란탕 같은 우영우"..감독·작가가 밝힌 '숨은 이야기'

최민지 기자 2022. 7. 26. 17: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순두부 계란탕’처럼 밝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이지만 그 안에 많은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민한 소재와 낯선 형식, 업계 관례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 여러 도전들이 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와 유인식 감독(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가 26일 “시청자들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쏟아내며 드라마에 관해 다양하고 풍요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영우>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에 답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달 29일 0.9%의 시청률로 출발, 지난 21일 방송된 8회가 13.093%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사람은 드라마를 향한 관심과 사랑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 감독은 “신생 채널에서 방송됐고,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인지 확신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은 상상 못했다”고 말했다. 문 작가도 “카페 한쪽에서 ‘태수미(진경 분)는 왜 우영우를 버렸을까’ 토론을 하시고, 버스 옆자리에서 <우영우>를 보는 걸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드라마가 촉발한 ‘장애’와 ‘공정’ 관련 담론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동료 변호사이자 ‘우영우는 강자’라고 부르짖는 권민우(주종혁 분) 캐릭터에 대해 문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권민우는 ‘권력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영리하고 생존을 위해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소악당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다. 대형 로펌이라는 공간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주변 인물들은 어떤 심경이 될까 생각했다. 영우를 둘러싼 여러 입장들을 보여주려고 대사를 썼고, ‘권민우처럼 살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쓴 것은 전혀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한 장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천재적 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각에선 ‘장애인은 재능이 있어야만 존재 가치가 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문 작가는 “‘자폐인은 특정한 능력있어야 가치 있고 주인공 자격 있느냐’고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이야기를 받아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문 작가는 주인공 영우와 준호(강태오 분)의 러브라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자폐를 가진 영우가 사랑을 하며 자기 세계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고, 그 사람과 발맞춰 나가는 것은 ‘성장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전반부에서 두 사람이 호감을 쌓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후반부에서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우영우의 말투 등을 따라하는 콘텐츠를 만들며 ‘장애 희화화’라는 비판이 일었다. 유 감독은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한 번쯤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본인의 의도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분명 있다. 조심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기 끌며 전에는 생각안해본 문제의식 같은 게 생겨나고 있는 거 같다. 시청자분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어떤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가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드라마를 둘러싸고 여러 토론이 오가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문 작가는 “드라마의 좋은 점을 높게 평가해주시고 또 긍정적으르 기능할 것이라고 믿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반면 불편함과 걱정을 표하는 분들께도 대체로 공감한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총 16부작으로 제작된 <우영우>는 종영까지 8회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뭘까. 윤 감독은 “전반부가 ‘우영우가 진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반부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돼가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우영우외 캐릭터들이 자기 인생의 고민을 마주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차기 시즌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즌 2,3가 나오는 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행복하지만 사업적으로도 스케줄 상으로도 쉽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감독은 우영우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 박은빈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우영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박은빈 배우의 캐스팅을 1년간 기다렸는데 기다린 이상 잘해주고 있어 다시 한 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하고 싶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날로 고공행진하는 <우영우>의 인기를 반영하듯 취재진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