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투자 성장 다 고꾸라져.."1년내 경제위기 올 확률 66%"
韓경제 버팀목 수출 뒷걸음질
3.1% 급감하며 팬데믹후 최악
설비투자 부문 1% 동반 감소
원화값 급락에 수입물가 인상
2분기 국내총소득 1% 급감해
살아난 소비심리 하반기 위태
매경-한경연 경제위기 시계
오후 8시 위기경보 수준 도달
◆ 2분기 경제성장률 ◆
2분기 우리 경제 몸 상태는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며 민간소비가 늘었지만 국제 원자재값 급등 충격에 경제 주력인 수출이 더 크게 꺾이며 내상을 입기 시작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2분기 민간소비는 의류·신발을 비롯한 준내구재 위주로 3.0% 늘어 지난해 2분기(3.3%) 이후 가장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문제는 원자재값 상승 직격탄을 맞고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과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3.6% 늘며 한국 경제를 '나 홀로' 떠받쳤던 수출은 2분기 3.1% 급감했다. 2020년 2분기(-14.5%)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수출 타격에 제조업 생산(-1.1%)은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만에 뒷걸음질쳤다. 운송장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설비투자도 1.0% 동반 감소했다.
2분기 GDP 내용을 세부적으로 쪼개보면 제조업 기여도가 -0.3%포인트로 전 분기(0.8%포인트)보다 크게 추락한 게 두드러진다. 특히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 하락해 내수 기여분(1.8%포인트)을 깎아먹었다. 쉽게 말해 소비가 일군 성장을 수출이 대부분 까먹었다는 얘기다.
수출이 눈에 띄게 둔화하며 무역적자가 불어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81억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36억3600만달러) 대비 적자가 급증했다. 교역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되지 않으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여 만에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낼 것이 유력시된다.
더 큰 문제는 심해지는 무역적자에 국내 경제주체들의 소득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1.0% 급감해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2020년 2분기(-1.9%)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GDI는 한 국가가 벌어들인 생산물 가치(GDP)에서 수출입 단가 등 교역 조건 변화로 생긴 무역 손익을 반영해 산출한 금액이다. 원화값과 국제유가 여파 등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 동일한 금액으로도 살 수 있는 상품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반영하는 지표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 경제는 유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실제 수출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따진 순상품교역조건지수(5월 기준)는 1년 새 10.6% 급락하며 1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올 들어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지는 동시에 원자재값은 오르는 등 우리 경제 교역 조건이 악화했는데 물가까지 상승하며 국민 구매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고물가→실질소득 감소→소비 축소'와 '원화값 하락·국제 원자재값 상승→물가 급등→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소비 축소'라는 악순환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무역수지 △수출금액 △생산자물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코스피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경기에 앞서 움직이는 6개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 예측 모델을 구축한 결과 향후 1년 안에 외환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확률은 66%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를 자정으로 맞춘 시계 모델로 전환해보면 지난달 기준 시간은 오후 8시로 '위기 경보'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분기 민간소비가 회복됐지만 교역 조건 악화 등에 국민 구매력이 줄며 향후 소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어 하반기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도 성장 눈높이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기재부가 최근 올해 성장률을 3.1%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지난 5월 성장 전망을 3.0%에서 2.7%로 낮춰 잡은 한은도 다음달 추가 하향 조정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부문 대정부질문에서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국제유가가 급격히 내려가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 등이 예상보다 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우리 수출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2% 중반 정도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국내총소득(GDI) :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물가 변화 등을 가감해 계산한 경제 규모. 수입물가가 오르면 동일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상품 양이 감소하듯 교역환경 변화로 GDI가 줄면 우리 경제의 실질구매력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김정환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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