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에 먹칠한 윤석열 정부..위법적 '경찰국 밀어붙이기'
"검찰정권, 경찰을 하부기관으로 인식 탓"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던 정부여당이 경찰 조직에 대한 총체적 관리 능력 부재를 드러내며 징계·처벌·색깔론 등을 동원한 구시대적 으름장 통치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쿠데타 조기 진압’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 역시 지지율 하락 속에 자칫 국정 장악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친정부 성향이 강한 경찰 조직이 새 정부 출범 두달여 만에 정권과 강대강 충돌로 돌아선 배경에 경찰을 하부기관 쯤으로 인식하는 검찰 정권의 편향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 구성원들의 집단행동을 겨냥해 “정부가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에 대해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문란”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이어 불과 한달여 만에 또 다시 자신이 최종 지휘·감독자인 경찰 조직을 향해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쿠데타”라며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여당도 연일 강경 대응을 거들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을 쥐고 있는 경찰의 항명과 집단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찰국 대안으로 거론되는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7명 중 2명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임을 거론하며 “이런 기관의 통제를 받는다면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민변의 통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 경찰위원의 과거 이력을 언급하며 “반미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고 색깔론을 끌어들였다.
대통령령(시행령)이 아닌 상위법인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등이 담긴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됐다. 치안감이 책임지는 행안부 경찰국은 다음달 2일 설치될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로 인한 경찰 지휘 및 인사권 공백을 막기 위해 경찰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경찰 인사 등을 공식 시스템으로 ‘정상화’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권을 경찰국을 통해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대해 헌법전문가로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는 <한겨레>에 “시행령에 의한 경찰국 신설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경찰 통제가 필요하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정당한 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국 인사지원 업무가 경찰공무원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공무원법은 총경 이상 임용의 경우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추천도 하기 전에 장관 직속기구에서 인사업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사에 개입·간섭하지 않겠다”(이상민 장관)면서도 수사권이 커진 경찰 통제를 위해 경찰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큰 만큼 경찰 안팎으로 대화와 설득,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학교 후배로 행정경험이 거의 없는 이상민 장관을 통해 31년 전 폐지된 경찰국을 불과 두 달여만에 부활시켰다. 경찰국 신설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경찰청 한 간부조차 “초기부터 행안부와 경찰청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가 진행됐다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찰은 통제를 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통제 방식이냐를 말하고 있다. 집단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삶과 연결된 경찰권 통제 방안에 대해 정부가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해 빌미를 줬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은 원래 친정부 성향을 띤다. 가장 충성적 성향을 가진 조직이 이렇게 반발한다는 것은 합리적 대안 제시와 설득이라는 국정운영 리더십과 실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교체된 정권의 정책 기조를 충실히 따르는 경찰 조직의 이반을 윤석열 정부의 성격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학장은 “이런 개혁과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시간을 두고 풀어갔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졸속으로 추진됐다. 결국은 검찰 출신 대통령과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면서 어떤 편향된 시각이 강하게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웅혁 교수는 “경찰국 신설은 국정 의사결정 과정에 포진한 친검찰 인사들이 경찰을 검찰의 하부기관으로 제도화하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경찰 장악이 아닌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경찰국 신설을 중단하고 국회에서 경찰 통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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