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최대주주 "FTX와 인수 협상했다" 인정..매각가·규제 등 변수(종합)

박현영 기자 2022. 7. 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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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덴트 "매각 조건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 못해"
매각가 4조원 가능할까..규제·오너리스크도 문제
빗썸 로고 (빗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가 최근 제기된 인수설과 관련, 해외 거래소 FTX와 인수를 협의했다고 인정했다.

그간 코인업계 대표 'M&A 대어'로 꼽혀온 빗썸의 매각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이번에는 매각까지 성사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관건인 매각가가 얼마나 될 것인지, 해외 거래소인 FTX가 인수하는 게 규제 상 가능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최대주주 비덴트 "FTX와 협상한 것 사실"

26일 비덴트는 조회공시를 내고 "FTX가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블룸버그 및 국내 언론보도와 관련해, FTX 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조건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비덴트는 "(인수 협의는)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 시점에서 매각 조건이나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진 바가 없어 언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초 매각 대상으로 알려진 이정훈 빗썸 전 의장 지분 외 비덴트의 지분도 매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비덴트는 "당사는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인수 또는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비덴트는 1개월 이내 또는 추후 처분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할 계획이다.

현재 빗썸코리아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4.22%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 지분도 10.22% 보유하고 있는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다.

하지만 빗썸홀딩스 지분을 각각 29.98%, 10.7% 보유하고 있는 디에이에이와 BTHMB홀딩스, 그리고 BTHMB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SGBK가 이정훈 전 빗썸 의장 소유인 것을 고려하면 빗썸의 실질적 오너는 여전히 이 전 의장이다. 이 전 의장은 그간 수차례 보유 지분 매각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얼마?…"4조원은 과대평가" 지적도

빗썸과 FTX 간 인수 협상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매각가 역시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26일 서울거래소비상장 기준 빗썸코리아 주식의 장외 시세는 26만원으로, 인수 협상 소식에 전날보다 10% 가량 올랐다. 해당 가격에 빗썸 주식 발행 총수(약 423만주)를 곱한 지분가치는 약 1조1000억원이다.

통상 매각가는 지분가치에 미래 가능성을 반영한 프리미엄을 얹은 기업가치로 결정된다.

Δ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회복되면 빗썸 지분가치가 지난해 말 수준(약 3조원)으로 커질 수 있는 점 Δ최근 빗썸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 중인 점(20%대 기록) Δ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고 수리받은 정식 가상자산사업자(VASP)인 점 등을 고려하면 매각 시 기업가치는 1조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FTX가 빗썸에 4조원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경우 지분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4조원 밸류를 인정받은 셈이 된다.

빗썸의 기업가치를 추측하기 위해선 업비트, 코인베이스 등 동종업계 타사와의 비교가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코인베이스의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30억 6000만달러(4조158억원) 수준으로, 최근 기업가치가 약 130억달러(17조690억원)임을 고려하면 멀티플은 4.24배가량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에비타 멀티플(EV/EBITDA) 평가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에비타 멀티플은 기업가치(EV)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EBITDA)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업비트의 경우 지난해 기준 두나무의 에비타는 3조2770억원 수준이며, 최근 기업가치는 7조70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멀티플은 2.35배 수준이다.

빗썸의 지난해 에비타는 약 7850억원이다. 미국 상장사인 코인베이스와 같은 멀티플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빗썸에 코인베이스 수준의 멀티플을 적용한다고 해도 빗썸 기업가치는 3조 2~3000억원 수준이다. FTX가 제시했다고 알려진 4조원에 여전히 못 미친다.

이에 대해 국내 암호화폐 투자업체 트리니토는 "3조 2000억원도 현실에 비해 훨씬 '낙관적인' 가격"이라며 "장외거래 시장에선 기업가치가 훨씬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리니토는 "4조원이 사실이라면 FTX는 빗썸의 가치를 과대평가했거나 매우 '낙관적'으로 본 것"이라고 짚었다.

◇규제·오너리스크 등은 변수 규제 리스크, 오너 리스크 등이 빗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FTX의 본사는 조세회피처로 잘 알려진 바하마에 위치해 있다. 빗썸이 국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획득했다고 해도, 최대주주가 해외 법인인 FTX가 될 경우 금융당국의 통제에 어려움이 생긴다.

또한 FTX는 국내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금지해온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지원하는 거래소이기도 하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FTX의 빗썸 인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한국 정부는 자본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동안 빗썸 사례와 비슷한 인수 건들은 모두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의 재판으로 인한 오너리스크도 변수다. 이 전 의장은 BXA 코인 관련 사기 혐의로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말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빗썸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전 의장과 함께 코인을 판매해 시작된 것으로, 매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후 NXC, 위메이드 등 게임사들이 빗썸 인수에 관심을 보인 바 있으나 모두 무산됐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빗썸 대표이사가 이른바 '이정훈 라인'으로 불리는 이재원 대표로 교체되면서, 빗썸이 매각을 추진하기도 원활해질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 전 의장이 설립한 아이템매니아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으로, 이 전 의장의 최측근이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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