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정권의 경찰 장악은 역사가 기록할 것, 경찰국 신설은 헌법 질서 교란"

류삼영 "정권과 한 몸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상민 장관의 '쿠데타 준하는 상황' 표현에는.."너무나도 후진 말"

류삼영 총경이 26일 오후 울산광역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총경은 26일 “정권의 경찰 장악과 그로 인한 피해는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이날 오후 울산광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 중립화의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경찰이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정권과 한 몸이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게 ‘명약관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타깝게도 경찰관 개인으로서나 조직 차원에서 경찰국 신설을 막을 방법이 더 이상 없다는 것도 잘 안다”며 “이제 국회와 국민의 시간이 왔다”고 언급했다.

앞서 정부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내달 2일 경찰국이 공식 출범하게 됐다.

류 총경은 이를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헌법상 법치주의 원칙과 적법 절차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며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저는 저에 대한 대기발령 등과 향후 있을 감찰 조치 등에 대해 소송 등의 절차로 부당성을 계속 알리고 싸워나가겠다”며 “우리 경찰은 언제나 국민만을 바라보는 경찰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도 다졌다.

류 총경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경찰청을 분리했다”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31년의 역사를 되돌리고 중립성도 훼손하며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한다’는 헌법 7조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했던 ‘소송 등 절차’에 관해서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 내의 분들이 돕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류 총경은 부연했다. 계속해서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국 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너무나도 후진, 폐기된 말”이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경찰국 신설이야말로 헌법 질서를 교란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류 총경이 이날 기자회견에 나올 때 쓴 마스크에는 ‘경찰의 민주적 통제는 국민이 해야 합니다’라는 글이 적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