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지우기 나선 與..최고위 판갈이로 새 판 짜기 '시동'
권성동 원톱체제 굳히기·친윤 세력화 해석
안 의원 독자적 결정에 절차적 정당성 지적도
"차기 당권주자 간 세력화 싸움 더 거세질 것"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중징계를 받아 잠시 물러난 상황에서 여당이 당 지도부 체제를 개편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실상 당내 원톱인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당 최고 의결기구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기용하면서 ‘이준석 지우기’를 통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당 내부에서 최고위 후보에 대한 적합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 앞으로 임명 절차를 둘러싸고 적잖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위 정수 9→11명…정점식·김윤 임명될 듯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최고위원 추가 임명 절차, 상임 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안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이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밟은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최고위원 정수를 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당 최고위원 9명 중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지난 6·1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에 출마하면서 한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다. 대선 국면에서 안 의원과의 합의한 국민의당 몫인 2명을 인선하면 총 10자리로 늘어난다. 다만 이럴 경우 의결을 위한 과반수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1명을 추가로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최고위 인원이 10명인 상황에서 주요 안건에 대해 5대 5 동수의 의견이 나올 경우 과반부동의로 처리하는 것이 애매할 수 있어 최고위 인원 수를 10명이나 11명으로 정할지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전체 인원 수와 상관없이) 최고위 정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당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수도 1명에서 3명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전국위를 소집해야 하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최고위원 몫인 2명으로 추천한 인사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국민의당 인사가 아니라는 점, 김 전 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겨냥해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대표는 줄곧 이들에 대한 최고위원 임명을 난색을 표해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이 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두고 권 대표 권행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이준석 패싱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윤 세력화 위한 행보…‘장외전’ 나선 이준석엔 악재
국민의힘 최고위원 추가 인선을 앞두고 당내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대표가 공석이 된 이후 친윤 내 균열이 나타나면서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검증없이 지도부 체제에 변화를 주면 당내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2명 인선은 합당에 따른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지적하는 이준석 지우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보지만,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합당이 사(私)당 간의 약속이 아니라 공(公)당 간 민주적 절자에 의해 이뤄진 사항인데, (당시 국민의당) 내부 협의나 추천 과정도 없이 두 의원을 앉히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국민의힘과 합당 당시 원내 국민의당 소속으로는 최현숙, 이태규, 권은희 의원이 있었지만 안 의원이 이들과 어떤 협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두 명의 의원을 추천한 것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늦게나마 당 지도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신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며 “이준석 대표와 한 약속을 지키려 것이기 때문에 이준석 지우기라는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당 최고위에서 안건 의결이 완료되면 장외전을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 중인 이 대표에게는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징계 이후 호남권 진주·진도·광주를 비롯해 강원 춘천, 부울경(진주·창원·부산) 지역, 제주, 울릉도 등을 방문해 당원들과 접점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차기 당권 주자들이 친윤계의 신임을 얻고 당내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갈수록 광폭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 내부에서 판갈이를 위한 세력화 싸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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