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 밟혔지만..기성정치 들이받은 걸로 일단 만족"

채종원,김보담 입력 2022. 7. 26. 17:21 수정 2022. 7. 2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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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박지현 前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 출마 도전은 불발
청년정치의 실패는 아니다
기후위기·연금개혁 해결
586 아닌 청년이 잘할 수 있어
국민 앞에선 서로 싸우고
뒤에선 '형님'..협치 아냐
권모술수의 정치 말고
봄날의 햇살 정치 필요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당대표 출마가 무산된 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당분간은 80일 동안 비대위원장 시절을 정리한 책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언론과의 만남도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가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를 인용해 "권모술수의 정치가 아니라 봄날의 햇살 같은 정치가 필요하고,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피선거권쟁취투쟁'을 끝낸 소회는.

▷홀가분하다. 그동안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인의 손안에서 자라왔고, 본인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밟히는 경로였다. 그것을 봤던 저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 안 밟힌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기성 정치권을 향해)한 번 들이받아 본 경험을 남겼으니 그것으로 일단 만족한다.

―청년 정치가 또 실패했다고 하는데.

▷그 말의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 민주당 대표가 되려고 또는 될 것으로 생각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청년 정치의 목소리를 내려고 도전하려 했던 것이라 이번 결과만으로 청년 정치의 후퇴로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전대에 나선 청년 후보들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청년 후보들이 전대에서 존재감이 부족한데.

▷민주당은 현재 정책 어젠다가 거의 없다. 민주화는 이미 이뤘고, 당이 해야 할 대표적 정책 어젠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연금개혁, 차별금지법 등은 586세대가 잘할 수 없는 이슈다. 앞선 주제들의 심각성을 잘 알고, 관련 정책 효과의 당사자인 청년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적임자임을 부각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이 '자기 정치만 한다'는 평가엔.

▷저에게 '자기 정치를 하느냐'는 분들께 '남의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비대위에서 대통령선거 패배의 반성을 왜 하지 못했나.

▷저는 처음부터 '대선 패배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원인을 알아야 지방선거에 대처할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선과 같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밀렸다.

―비대위원을 설득했어야 하지 않나.

▷비대위 회의에 들어가면 몇 개 안건은 이미 (사전에) 논의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지(국회의원)들끼리 미리 소통한 내용이 10이라면 저는 2~3밖에 모르는 상태였다. 보고를 받은 후 (설득하는 것은) 제 힘으론 부족했다. 예를 들어 지선 공천 때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를 '내 30년 지기'라며 변호하는 의원 모습 등이 불편했고, 공천을 막으려 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정치를 해보니 세력·자산의 필요성을 실감했나.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전대에서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는 제 옆에 서는 게 의원들에겐 부담스럽고 불편했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 169명 중 아무도 국회 기자회견장을 빌려주지 않아 좌절·원망했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됐다. 2년 후 총선 공천 때문에 이 의원의 눈치를 봐야 했을 것이다. 비록 저에 대한 당내 호불호는 갈리지만 저는 8.8%의 국민 지지율을 받았다. 국민이 제 정치의 자산이다.

―'이재명 계양을 출마'를 요구한 이유는.

▷그 점은 지금도 후회하는 부분이 있다. 이재명 의원의 계양을 출마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이 의원을 말리고 말리다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날 제가 발표하지 않으면 이 의원이 먼저 기자회견을 할 기세여서 옳지 않더라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과 얘기했을 때 이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잡혀 있었고, 옳지 않은 선택이라도 비대위원장으로서 발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선 기조와 다른 선택을 했는데.

▷이 의원 출마를 요구하면서 저의 신조가 흔들리게 됐다는 것은 맞는다. 그래도 이 의원이 대선후보를 했는데 스스로 손을 들고 나오는 것보다 비대위원장으로서 부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이재명과 사전에 상의했나.

▷그렇다. 하지만 지선 이후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이재명에겐 도움이 됐지만 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저는 선거의 패배를 책임지는 방법으로 비록 컷오프를 예상함에도 전대에 출마해 당의 쇄신·혁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잘린 것 같아서 만족한다.

―비대위원장으로서 경험한 민주당의 기득권은.

▷국민이 겪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람이 모인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민주당은 그 본질을 많이 잊어버렸고, 본인들의 공천권을 더 중요시하는 모습이었다.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토론회·간담회를 많이 열지만 거기에 그칠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 정치인은 소신 있게 말해야 하는데 팬덤에 욕을 먹게 되면 그대로 입을 닫아버린다.

―정치인은 팬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쓴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하고, 약도 몸에 좋은 게 쓴데 누군가를 비판했다고 적으로 돌리는 강성 폭력적 팬덤 양상이 뜨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인은 팬덤보다는 비판적 지지자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인은 애교를 부려서 지지를 받아선 안 된다.

―'97세대' 정치인이 기득권을 깰 수 있나.

▷97세대는 나이만 586보다 젊을 뿐, 새로운 목소리, 다른 목소리가 전혀 없다. 586세대 후배로 자리를 차지해왔는데 당내 선거에서 쇄신·혁신을 말하고 있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용진 의원만 다른 정치인과 달리 용기 있게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정부 초반을 평가하면.

▷정부의 문제점을 말하자면 너무 많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반사이익만 기대해선 안 된다. 정쟁보다 협치가 필요한데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협치가 왜 어려울까.

▷비대위원장 때 괴리감을 느꼈던 점이 밖에선 서로 싸우는데 안에선 '형님 형님' 하면서 술을 마시고 그러더라.

―그것도 협치를 위한 모습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뒤에서 술을 마시고 노는 것이다. 앞에서 여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성과를 내야지, 뒤에서 서로 화해한다고 국민이 좋게 보겠나.

현장 찾는 사회부 기자 같은 정치인 되고 싶어

금배지 없는 설움 많이 느껴
차별·불평등 해소 앞장설 것
―집필을 마친 후 정치 재개는 언제쯤.

▷당대표 출마 좌절 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정치인과 기자 그 중간의 정체성을 가진 '사회부 기자 같은 정치인'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을 찾아가 거기에서 들은 사회문제를 정치권에 전달해 바꿔 나가는 일을 할 생각이다.

―현장은 어디를 말하는가.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나 성폭력피해상담소를 찾아가고 가출 청소년, 노동자 등도 만나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정치권에 전달하고 싶다.

―정치인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정치 입문 후 6개월 동안 일하면서 저에겐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타이밍 싸움인데,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져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현안도 많이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공부도 더 해야 할 것 같다.

―국회 입성도 생각하고 있나.

▷배지(국회의원) 없는 설움도 많이 느꼈다. 배지를 달아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배지가 없으니 기자회견장 하나도 빌리지 못했다.

―자문은 누구에게 받나.

▷n번방 사건을 함께한 변호사 그룹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대가 없이 조언해주는 분이 많다. n번방 사건을 하게 되면서 누군가를 믿기가 약간 어려워져서 요즘은 오래 본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 선호한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정치 브랜드는.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발달장애인 지원, 동물권,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고 차별금지법이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

―인하대 살인사건은 어떻게 보나.

▷온라인에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너무 많았다. 이런 인식이 아무렇지 않게 온라인을 달구는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갈라치기를 하고, 민주당은 성범죄 문제가 발생해도 넘어가려고 하는 것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MZ세대 성별 갈등에 대한 생각은.

▷누구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한국 사회에서 많이 사라졌다.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능력 중심 사고가 파다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봄날의 햇살 같은 모습을 정치권에서 보여줘야 한다.

▶▶ 박 전 위원장은…

△1996년 강원도 원주 출생 △한림대 졸업 △ 추적단 불꽃 활동가 △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채종원 기자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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