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경찰이 경찰을 막는 사태 벌어지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경위 팀장급 회의와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지휘부가 인재개발원의 강당이나 운동장 등 시설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칫하면 경찰이 경찰을 막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당일 한 보수단체가 경찰회의를 반대하기 위해 인재개발원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를 한 상황이어서 회의에 참석하는 경찰관들과 보수단체 사이의 대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경감·경위 팀장급 회의와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가 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지휘부는 특히 이날 회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모임이 강행될 경우 인재개발원 정문을 봉쇄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인재개발원 측은 ‘복무규정 강조사항’에 위반될 우려가 있어 대관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허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아직 지휘부에서 ‘강당이나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공문이나 지시는 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면서 “그런 지시가 오는 경우 정문 봉쇄 등의 조처를 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직협 회장은 “지휘부가 시설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경찰을 막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인재개발원에 모인 경찰관들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정문 앞에 모이고, 보수단체가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 양측의 충돌 등을 막기 위해 경찰이 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25일 오후 경찰 내부통신망에 “경위·경감급 모임을 강행하면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경찰청장 직무대행 서한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 문제가 사회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되면 우리가 지향하는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라며 “의견 표현과 소통의 방법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총경급 모임 이후 경위·경감급 모임을 열자는 주장에서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을 이해하지만, 연이은 모임이 자칫 국민께 어떻게 비칠지도 곱씹어봐야 한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자는 또 “더 이상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 않도록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라며 “모임이 강행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양지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후 현장 팀장 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6일 오전 8시 30분쯤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애초 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이어 “참석 대상자를 14만 전체 경찰로 확장함에 따라 수천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1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기에 강당보다는 대운동장으로 회의 장소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오후 2시 14만 전국 경찰은 지난주 개최한 총경회의와 같은 주제로 같은 장소에서 회의를 개최함을 알려드린다”라며 “총경들에게 하셨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똑똑히 지켜보겠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날 회의를 유튜브 생방송으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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