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몰린 독일, 월세해지 금지·집주인 지원 등 민생대책 마련

노정연 기자 2022. 7. 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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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에너지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이 치솟은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올겨울 연료비가 치솟는 등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할 전망이 커지자 민생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독일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SPD)은 집주인이 가스비 또는 전기료 급등으로 인한 관리비 추가납부액이나 분할납부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을 쫓아내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 동안 월세 계약 해지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약 해지 금지 기간으로는 6개월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월세 계약자들은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집주인들을 위한 대책도 있다. 사민당은 월세나 관리비를 받지 못하는데 계약해지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에게는 무이자로 대출을 해줄 계획이다. 또 집주인들에게는 주택 대출금 상환을 연기해주기로 했다.

케빈 퀴너르트 사민당 사무총장은 “우리는 아무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무시무시한 관리비나 관리비를 제외한 월세를 못 낸다고 해서 아무도 거리로 쫓겨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대책은 올가을부터 에너지기업들이 급등한 가스값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고조되며 현재 독일 가구의 가스비 청구액은 2배로 오른 상황이다. 연료비 오름세는 앞으로 더 이어져 내년 독일 가구의 가스비 청구액은 이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저소득층의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 경영난에 빠진 에너지기업을 지원하는 등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2일 독일 최대 에너지기업 유니퍼에 150억유로(약 20조원) 규모의 긴급구제금융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유니퍼는 러시아 측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다른 곳에서 더 비싼 천연가스를 사들이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정부는 특히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충격을 받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지난 5월 독일에서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 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의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10.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숄츠 총리는 이달 초 인터뷰에서 “난방비가 갑자기 몇백 유로 오른다면 많은 사람이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큰 사회적 분노를 촉발할 것”이라며 “천연가스 공급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에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며 국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이밖에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될 때 병원 및 응급 서비스를 최우선 사용처로 규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대형 기숙사에 시민 수용, 수영장 폐쇄, 가로등과 신호등 끄기 등도 논의 중이다.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온 독일은 전쟁 이후 가스 비상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며 6월 말에 경보 단계를 ‘조기경보’(1단계)에서 ‘비상경보’(2단계)로 상향했다.

유럽을 겨냥한 러시아 가스공급 옥죄기는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오는 27일부터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정상 공급량의 20%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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