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CEO도 놀랐다..카톡 오픈채팅 사용자 76% 쑥
'고독한 BTS' '고독한 손석구' 등
연예인 이미지 올리는 방 인기
익명성·관심사로 끼리끼리 소통
남궁훈 대표 오픈채팅에 주력
이르면 연말 별도 앱 출시할 듯
지인끼리 소통하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전체 대화량에서 지인이 아닌 관심사 기반 채팅 방식인 오픈채팅 비중은 최대 40%에 달한다. 이는 10% 수준이던 2018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오픈채팅은 카카오톡에서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끼리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다. 카카오가 2015년 8월 선보였다. 카카오톡 일반채팅과 달리 전화번호나 아이디 등 이용자 친구 추가 절차 없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에 따라 소통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익명 커뮤니티인 셈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올해 오픈채팅 사용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대비 76% 늘었다. 오픈채팅 수신·발신량도 같은 기간 78% 증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른 사람과 필요 이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비대면 소통도 오픈채팅 사용자 유입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세대별 인기 주제를 보면 10대는 게임·팬덤, 20대는 학교·취업·뷰티·패션, 30대는 결혼·투자 등이었다. 특히 1020세대 사이에선 '고독한 에스파' '고독한 BTS' '고독한 손석구' 등 인물 관련 사진을 주로 올리는 이른바 '고독방'이 인기가 높다. 연예인이 오픈채팅방에서 팬들과 어울리는 깜짝 이벤트도 자주 열리고 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기능을 강화해왔다. 지난 4월 오픈채팅방에서 최대 1500명까지 음성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보이스룸'을 도입했다. 또 자동응답 기능인 '방장(방 관리자)봇'과 채팅방 입장 조건 설정하기, 선물하기 기능 등을 추가했다.
지난 3월 카카오의 새 사령탑이 된 남궁훈 대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도 오픈채팅의 성장 잠재력이었다. 남궁 대표는 그간 집중해온 지인 기반 소통을 넘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끼리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 첫 단추가 오픈채팅을 활용한 '오픈링크' 서비스다.
카카오 관계자는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남궁 대표는 사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남궁 대표의 개성 있는 리더십이 더해져 오픈링크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활성화와 오픈링크 출시를 위한 개발자·기획자 등 전문인력을 대대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르면 연말 오픈채팅을 카카오톡에서 떼어내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메신저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화를 시도하려면 카카오톡에서 독립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미국 플랫폼 디스코드를 참고하고 있다. 2015년 탄생한 디스코드는 서비스 초기엔 게이머를 위한 메신저였지만 일반 사용자는 취미와 관심사를, 개발자는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범용적인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디스코드 이용자는 전 세계 3억900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6000만명에 달한다. 150억달러(약 19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픈채팅은 익명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범죄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발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깔끔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며, 디스코드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사용자 규모가 억 단위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보안성과 서버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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