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위, 사실혼 친생자 있으면 특수관계인 규제..SM·KCC도 대상
"규제 회피 막아야" VS "경직된 규제 적용"
"정의 쉽지 않아"..사적 영역에 공적 개입 우려
[이데일리 김상윤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혼 배우자도 총수(동일인) 관련자로 보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일부 대기업집단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통해 사익편취 등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불법행위를 줄이는 ‘모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올가미 규제’를 덧씌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수관계인 범위 좁히되, 사각지대 보완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주 초 이같은 골자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현재 동일인(총수) 특수관계인을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하고 있는 규제를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축소하는 대신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에 포함하면서 사각지대를 줄일 방침이다. 다만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넘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사실혼 배우자의 친생자가 있을 경우,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규제를 적용하는 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SK, 롯데, 삼라마이더스(SM), KCC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올 초 사실혼 관계자의 법인, 지분구조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대기업 집단 규제를 적용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과거 총수일가의 ‘선단식 경영’ 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특정 대주주의 이익을 키울 수 있는데 반해 다른 경쟁자들의 진입을 가로막아 시장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친시장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맞춰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좁히는 규제 완화에 나설 방침이다. 연락도 두절된 동일인 6촌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재계의 비판을 수용해서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규제 완화를 하면서도 ‘사각지대’를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혼 배우자의 회사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규제하겠다는 취지다. 특히나 사실혼 관계자의 지분, 거래 내역 등을 공시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사실혼 관계자를 규제에 포함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공정위는 친생자가 있을 경우 등으로 규제 대상을 한정할 예정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상 가족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자칫 정부가 사실혼 관계를 규정할 경우 사적인 영역에 지나친 공적 개입이 될 수 있어서다.
이번 규제 관련 용역보고서를 만든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사실혼 관계자를 동일인 관계자도 포함하는 것은 사적인 영역에 개입 또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넓히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사익편취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친생자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면 지나친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35년 된 대기업 집단 규제를 시대 흐름에 맞춰 보다 완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이미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독립적 이사회를 통해 충분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등 규제보다는 기업 자율적으로 모범 관행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모든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해 촘촘한 규제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자칫 경직된 규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더는 불법 승계는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고 실제 대기업 상당수는 이사회를 통한 견제, 상법상 주주견제 등을 통해 과거 구태의연한 방식을 단절한 지 오래”라면서 “설상 규제가 되더라도 정상거래를 하면 문제가 없지만, 각종 공시의무 등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민법상 상속권의 경우 피상속자가 상속대상자를 사실혼 대상자로 지정하면 상속할 수 있는 판례가 있긴 하지만 케이스 마다 각기 달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일부 사각지대가 있고 문제가 심각하다면 공정위가 규제에 나설 수는 있다”며 “다만 혼인관계가 복잡다단해지는 상황에서 일관성, 명확성을 유지하면서 사실혼을 규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사실혼 관계자에 대한 사익편취 혐의가 일부 나타나고 있어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는 필요하다”며 “막연하게 규제할 경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짚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은행, 계약금에 주식까지 8년간 700억 횡령해도 '깜깜'
- '싸이 흠뻑쇼' 조사 나선 방대본…"코로나 집단 감염 인지"
- 본인들 성관계 영상 팔았다…수억원 챙긴 '예비 부부' 최후는
- "가해자 소명 못해서.."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징계 연기
- “文사저, 아방궁 찜쪄먹어” 전여옥에 김의겸 “거짓선동, 사과하라”
- 도살업자가 말했다 '저 개는 내 반려견' [Help 애니멀]
- ”변액보험 박살났네요“ 고금리 여파에…생보사 수입보험료 1.9%↓
- 킥보드 타고 출근하던 40대, 굴착기에… 현장에서 숨졌다
- 마스크 나눠주던 그 목사님…김연아 예비 시아버지였다
- 항공 위탁 수하물 분실, 보상 규정은 어떻게 되나요[궁즉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