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의 법인세 인하효과 판단? 정권 따라 달라졌다
기획재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효과와 관련,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론할 수 없는 경험칙”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감세효과에 대한 입장이 지난 20여년간 계속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중,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는 법인세 감세효과가 ‘없다’로, 이명박,박근혜, 윤석열 정부때는 ‘있다’ 였다. 인용한 실증 연구 결과와 해외 사례 역시 정부 성향에 따라 달랐다.
26일 경향신문이 기재부의 지난 21년간 법인세 관련 ‘보도·설명자료’를 전수조사해본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2001년 12월)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 기획총괄과는 ‘재정지출과 감세정책의 경제적 효과 비교’를 통해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감세조치는 소비.투자 등 지출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부양효과 없이 재정건전성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재부(당시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도 2005년 11월 ‘감세논쟁 주요논점 정리’에서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의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투자 증대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당시 기재부는 감세 정책의 부작용을 언급하면서 상속세와 법인세를 내려 실패한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었다. 미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고소득 계층(상위 1%)에 집중돼 소득분배를 악화시켰고, 단계적인 상속세 폐지가 부의 편중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차례(94년·98년·99년)에 걸쳐 법인세 세율인하를 단행한 일본 역시 경제 효과 없이 오히려 경기 불황이 짙어졌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기재부는 2011년 4월 <경향신문>이 법인세 감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해명자료 내며 반박했다. 기재부는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 경쟁력 제고,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뿐 아니라 주변국도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2012년 2월에 낸 ‘미국의 기업과세제도 개편안 주요 내용과 시사점’ 자료에서도 기재부는 “높은 법인세율은 기업의 투자·일자리 창출 의욕을 위축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 주장은 이와 같은 국제적인 법인세율 인하 추세와 맞지 않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기재부도 2014년 9월 ‘2015년 예산안 10문 10답’에서“소득세·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는 경기 회복세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2000년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외국 기업·우수인력 유치,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감세기조 형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기재부는 다시 입장을 바꾼다. 기재부는 2017년 11월 보도·해명자료에서 “법인세 세율인상은 세입기반 확충차원 외에도, 가계-기업소득간 격차 해소, 소득세-법인세간 균형을 고려해 추진한다”며 “기업의 투자·고용은 법인세 이외에 규제수준, 인적자본 수준, 시장수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법인세 부담 증가가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2019년 11월에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금을 100원 줄여주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02원 증가한다”고 밝히자 기재부는 “감세조치는 소비·투자 등 지출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고, 기업의 투자는 법인세 뿐 아니라 대내외 경제여건, 전략적 의사결정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미국 감세효과에 대한 보고서·2019년 한국은행 보고서(새로운 재정지출 식별방법을 이용한 우리나라의 정부지출 승수효과 추정)·2019년 미 의회조사국(CRS)분석 자료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 효과를 부정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는2016년 ‘법인세 평균실효세율 1%포인트 인하시,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 ‘실증 연구결과’를 근거로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밀어부쳤다. 그러면서 2019년 당시 기재부가 법인세 인하 효과를 부정하기 위해 인용한 IMF 보고서가 사실은 “감세정책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전 조제재정연구원장)는 “법인세 인하 효과가 경험칙이라는 주장보다 중요한 것은 통계를 통한 실증”이라며 “현재로서는 법인세 인하 효과를 입증할 통계 자료가 없고, 기재부가 근거로 내세우는 KDI 연구 보고서도 한계가 분명한 자료”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재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고 이념적으로 정치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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