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언론 길들이기' 노골화..KBS 수신료·연합 구독료 '볼모'

공영방송·통신사 겨냥 압박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을 ‘편파방송’으로 규정하고 비판해 온 국민의힘이 26일 <한국방송>의 주수익원인 수신료 분리징수 필요성을 제기하고,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정부구독료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언론 길들이기가 한층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과방위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케이비에스 편파방송 해결 방안으로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수신료 분리징수안은 현재 전기요금에 합산해 징수하는 티브이(TV) 수신료를 분리해 시청자가 자율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박 의원은 최근 프랑스 하원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안이 통과된 것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도 보지 않는 케이비에스 방송에 수신료를 왜 납부해야 하고 억대 연봉자들을 왜 먹여 살려야 하는지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상임위에 소속인 윤두현 의원은 정부가 연합뉴스에 내는 정부 구독료를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는 “국고에서 연합뉴스에 지불하는 돈(정부 구독료)이 작년 기준으로 300억원이 넘는다”며 “연합뉴스는 인터넷에 다 뜨는데 수백억원 되는 국민 세금을 지불하고, 정보격차 해소에 무슨 큰 기여를 하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완전히 민주당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방송사와 통신사의 주수익원 문제까지 거론하며 ‘언론 길들이기’를 본격화한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년에 시 예산 1억원이 드는 연합뉴스 통신 구독료 납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앞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해서도 불공정, 편파방송에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