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속전속결'.. 후폭풍 우려
경찰 반발 속 이달 30일 14만 경찰회의 열기로
경찰의 거센 반발 속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앞서 지난 16-19일 4일 간의 입법예고를 거친 뒤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날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다음 달 2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계획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면서 정부·여당과 야당, 경찰조직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달 2일 행안부 내에 경찰 치안감인 국장을 포함해 16명 인원으로 구성된 경찰국이 공식 신설된다.
지난 23일 열린 전국 총경회의를 기점으로 경찰 내부 반발과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정부가 경찰국 신설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권주자 등이 일제히 대여 비판 공세에 나섰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을 통해 경찰의 집단 반발을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까지 규정한 가운데 경찰은 오는 30일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해 열기로 해 후폭풍이 우려된다.
◇ 경찰국 신설 의결…"속전속결 강행"
경찰국 신설안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필요 인력 13명(치안감 1명, 총경 1명, 총경 또는 4급 1명, 경정 4명, 경감 1명, 경위 4명, 3·4급 또는 총경 1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앞서 지난 5월 12일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일명 '검수완박'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또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경찰국 신설을 염두에 둔 경찰제도 개선안을 '속전속결'로 추진해왔다.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국은 형식상 행안부 차관 아래 설치됐지만, 차관은 인사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사실상 장관 직속 조직이다. 조직은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과 등 세 개 과로 구성되며, 이중 총괄지원과장을 제외한 인사지원과와 자치경찰과 과장은 모두 경찰 총경이 맡는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경찰국 업무를 과별로 보면 총괄지원과는 경찰청 중요정책과 법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국가경찰위원회에 안건을 올린다. 또한 인사지원과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및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임용을 제청한다. 자치경찰과는 자치경찰제도 운영 지원을 맡는다.
한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개정령안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관장하던 실질적인 경찰청에 대한 통솔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좀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경찰 강력 반발 속 1000명 참석 회의 예고
경찰 통제를 놓고 일선 경찰과 대통령실·행안부·경찰 지휘부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찰국이 내달 출범하게 되면서 이들 간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해 개최하기로 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찰서장회의가 총경 계급의 상징성으로 인해 논란이 됐다면, 30일 전체 회의는 참석 규모에 따라 '경찰국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대 출신 총경들이 주도한 지난 23일 전국경찰서장회의에서 규모와 범위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에서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보다는 '속전속결'에 치중하면서 '쿠데타', '국기 문란' 등 자극적인 용어까지 동원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경찰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경찰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거리 대국민 홍보전과 1인 시위도 거세지고 있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안에 반대하는 입법청원을 받는 홈페이지도 개설됐다.
◇윤 대통령 "집단 반발, 국기 문란 될 수 있어"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경찰 반발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방과 치안이라고 하는 국가의 기본 사무도 그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장관 역시 경찰 반발에 대해 전날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까지 비유한 데 이어 이날 "부회뇌동으로,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청은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하고 현장 참석자 56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와 관련한 경찰의 집단 반발과 관련, "그 어떤 항명과 집단항명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여당 안에서조차 정부의 강경 대응을 우려하며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실도 그렇고 정부가 너무 거칠게 다루고 있다"며 "시간을 갖고 경찰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공안통치 부활" 대여 비판 공세
민주당은 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공안통치 부활'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규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측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야말로 '행정 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빗댄 것을 맹비난했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이 의결되자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고 대여 공세에 앞장섰다. 97그룹 주자인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협치와 통합을 말하지만 치안 권력을 정권이 독점하겠다, 정권의 의도대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바로 이 지점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며 "민주당은 14만 민주 경찰의 옆에 서 있겠다"고 했다.
강훈식 의원도 "양손에 민생과 경제 대신 경찰과 검찰을 쥐고 흔드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선택적 공정으로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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