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이주민 2000여명 폭증한 이탈리아..극우 정당들 '반색'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최근 2000명에 육박하는 이주민들이 몰려들며 지역 당국이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25일 총선을 앞두고 이주민 문제가 불거지자 극우 정당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안사통신 등 이탈리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중해를 건너 람페두사섬에 온 아프리카·중동 이주민 수는 지난 23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187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집트, 튀니지, 시리아,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에서 온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수의 이주민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람페두사섬을 관할하는 시칠리아주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람페두사섬 주민은 5000여명 수준으로, 이주민들을 임시로 수용하는 시설의 정원은 350명에 불과하다. 주 당국은 일부 이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조속히 분산 배치하고자 행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과밀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람페두사섬은 원래부터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매년 아프리카·중동 이주민들이 몰렸다.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당국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유럽으로의 이주 행렬은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줄어드는 듯 했지만 각국의 방역 규제 완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등의 변수들과 맞물려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올해 유입된 아프리카·중동 이주민 수만 3만4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5500여명) 보다 33%가량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람페두사섬을 통해 대두된 이주민 문제는 오는 9월25일로 예정된 총선을 준비하는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당의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정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제할 수 없는 도착자들과 한계를 넘어선 수용 시설로 인해 (람페두사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다음달 4일과 5일 섬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살비니 대표는 앞서 내무부 장관 시절 이주민 수용소를 폐쇄하고 구조선에 대한 단속을 시행하는 등 강경한 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선 현재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동맹, 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까지 3개 당이 힘을 합치면 상·하원 과반 의석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9월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하면 살비니 대표가 내무부 장관으로 복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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