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기 전 버스 출발 '전치 2주'..누구 책임이 더 클까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시내버스 블랙박스입니다. 승객들이 버스에 올라 자리로 향합니다. 그러던 중 버스가 출발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버스를 타면 수시로 겪는 일이죠.
그런데 이날은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넘어집니다. 넘어진 승객은 전치 2주가 나왔고, 경찰에 사고 접수를 했습니다.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해당 기사는 무사고 수당을 못 받게 됐습니다. 버스 기사는 '억울하고 답답하다'며 제보해왔습니다. 버스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더 깊게 취재해봤습니다.
■ 법적 판단은 "기사 책임" 명확
승객이 탑승한 뒤 언제 버스가 출발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정한 규정은 없습니다. 대신 사고로 이어진 경우에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만 정하고 있습니다.
'버스 운송 계약' 등을 종합하면, 대중교통 기사에게 도착지까지 승객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포괄적이고 모호합니다. 기사의 안전 의무는 어디까지 포함하는 걸까요.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승객이 안정적으로 걸어가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승객이 자리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은 사실까지 확인하고 출발해야 충분하다고 합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도 대중교통 승객의 사고는 일단 기사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승객이 고의나 자살행위로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만 예외로 합니다.
그렇다고 100% 기사의 책임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승객의 과실도 함께 인정됩니다. 승객이 손잡이를 안 잡고 이동하는 등 스스로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확고한 판례는 없지만, 법원의 판결 경향은 손해액의 10%~40% 선에서 승객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 "회사도 승객도 재촉한다"
법적으로는 기사 책임이 더 큰 게 명확한데, 왜 이런 관행은 쉽게 안 바뀔까요.
일단, 버스 기사에게 '배차 정시성'은 큰 부담입니다. 배차 간격을 못 지키면, 서울시의 버스 회사 평가에서 감점됩니다. 총점 1000점 중 정시성이 90점. 버스 회사 평가는 근소하게 순위가 갈립니다.
위 영상 속 버스 기사는 사고 이후 승객이 다 앉고 난 뒤 버스를 출발했는데, 앞차와의 배차 간격이 벌어지자 회사에서 압박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는 승객 항의도 뒤따랐습니다.
버스 기사들은 이런 문제를 한두번 겪은게 아닐 겁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버스 기사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버스에 많게는 수십 명의 승객이 타는데, 그 승객들의 안전 상태를 버스 기사 1명이 다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큽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버스 기사들이 안전 의무를 다하기 역부족이란 점은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승객의 안전과 배차의 정시성 사이에서 모두가 만족할 절충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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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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