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지적도 모두 공감" 감독X작가가 밝힌 '우영우'의 모든 것[일문일답]

이민지 2022. 7. 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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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가와 감독이 드라마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했다.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7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 0%대 시청률로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단 한번도 멈춤 없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8회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시청률 13.093%를 기록,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는 이날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 집필과 제작 과정, 드라마를 둘렀나 다양한 담론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 신드롬급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인기를 예상했는지 ▲ (유인식)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도 했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라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은 상상 못했다. 십몇년 동안 연락 못 했던 분들께도 연락이 오더라.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은사님이 문자를 주셨다. 굉장히 울컥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 (문지원) 나도 연락되지 않았던 분들이 다양하게 연락 주신다. 카페에서 '태수미는 왜 우영우를 버렸을까' 토론하시는 걸 봤다. 버스에서도 '우영우'를 보시는 분들을 봤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 우영우와 태수미의 재회신이 신파로 흘러가지 않았다는게 인상적이었다. 어떤 점에 집중해 집필했나 ▲ (문지원) 내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넣겠다 했을 때는 처음에 제작자에서 괜찮냐, 새롭고 신선한 드라마를 해야하는데 클리셰를 가져오는게 괜찮냐'고 우려가 있으셨다. 내가 계속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드라마 문법에 오히려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새로웠던 것 같다.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 관계에 집중해 풀어내자 했는데 좋게 반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우영우의 친구가 '동그라미'인 이유에 대한 분석이 있는데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생각한 것인지 ▲ (문지원) 그렇지는 않다. 자폐인들이 동그라미를 선호해서 베스트 프렌드의 이름을 동그라미라 지은 것은 아니다. 동그라미라는 캐릭터가 영우의 친구이면서 정신적 지주이면서 영우보다 어떤 면은 더 이상한 친구라 생각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개성 있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여러 후보 중 고른 이름이다.

- '우영우 패러디'로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유인식) 기사와 걱정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 또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진 않다. 일상 생활에서나 유튜브상에서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하셨던 분들이 말 그대로 '자폐인들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으셨을거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번쯤 따라해보고 싶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 안에서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에서 쌓아온 맥락 위에서 해온 행동이라 이해하면서 보실 수 있지만 바깥에서 그 행동의 어느 순간만을 또다른 맥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것이 불특정 다수에게 바로 전달되는 세상이다 보니 본인의 의도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몇년 전에 받아들이던 감수성과 지금 시대의 감수성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건 누군가가 '여기서부터는 희화화고 여기부터는 패러디다'라고 정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나 시대적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 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박은빈 배우와도 처음에 조심스러워했던게 우영우의 캐릭터와 연기는 극 밖에서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박은빈 배우도 인터뷰 때 그런 걸 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시청자 여러분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해 왈가왈부 할 만한 건지는 아니라 생각한다. 내 의견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면 전에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니까 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지혜로운 시청자분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 영화 '증인'에 이어 다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썼는데 ▲ (문지원) 이 드라마가 시작되게 된 배경은 3년 전 어느날 에이스토리 분들이 찾아오셔서 김향기 배우가 연기한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그걸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거라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셨다. 가능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고 내가 잘 쓸 수 있을거라 대답해 기회를 주셨다. 이상한 소리일 것 같은데 뭔가를 하나 만들고 나면 그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이 평행우주 속 어딘가에서 계속 살고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볼 것 같지 않지만 '증인' 속 지우는 어딘가에서 '우영우'를 본방사수하고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겉고 영우의 말투를 복사하듯 따라해도 유일하게 비난받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하면 기분 좋다. 성장한 캐릭터라기 보다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살고 있고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자신이 자폐진단을 받거나 주변에 자폐인이 있는건 아니다. 관심을 같게 된 첫 계기는 스릴러 장르를 구성하다 자폐인이 목격자이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그때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자료 조사를 시작했는데 자폐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특성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깨닫고 놀랐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이나 정의감, 특정한 관심 분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해박한 지식, 엄청난 기억력, 시각과 패턴과 사고하는 방식들. 모든 자폐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폐스펙트럼으로 인해 강화되는 특성이다. 그런 면에서 매력을 느꼈다.

- 연출면에서 만족스러운 장면이 있다면? 어떤 점을 주요하게 생각하고 연출했는지 ▲ '우영우'에서 좋은 장면들은 대부분 좋은 배우들이 연기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해줘서 드러나는 것 같다. 연출자의 지나친 개입이나 편집으로 끊지 않으려고 하는게 내가 생각하는 연출의 방향이다. 그러다 보면 맺고 끊어지는 호흡에 리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호흡을 극적으로 살려주어야겠다 생각한 부분들은 배우와 협의한다. 예를 들면 4회 법정에서 동그라미와 아버지가 폭행 당하고 상대편 변호사가 폭행을 유도한거 아니냐고 했을 때 영우가 '그렇다는 증거 있습니까?'라는 대사는 적정한 호흡을 주고 적절하게 카메라가 다가갔을 때 나와야 한다 생각했다. 그런 대사를 할 때 배우와 카메라 워크를 맞추면서 리허설 했다.

- 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고 제목을 정했나 ▲ (문지원) 이상하다는 단어가 우영우란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굉장히 적절하다 생각했다. 낯설고 이질적인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이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들,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힘이 이상함에 있다 생각했다.

- 우영우가 김밥을 세로로 먹고 가로로 먹는 것 의도한 부분이 있나 ▲ (유인식) 의도한 것 같지는 않다. 박은빈 배우가 김밥 먹는 장면이 많다. 실제로 먹는 신이라 많이 먹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굶고 왔다. 우영우 김밥은 조금 얇게 썰어서 자주 먹을 수 있게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다. 아마 그러다 보니 세로로 먹기 좋았던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만 박은빈 배우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신이 없다 싶을 정도로 현장에 오면 영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본 다음, 1번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였다. (웃음)

- 권민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면? ▲ (문지원) 대형 로펌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주변 인물들은 어떤 심경이 될까를 많이 생각해봤다. 영우는 분명 배려와 양보기 필요한 약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는 강자이다. 주변 인물들은 심경이 복잡할거라 생각했다. 최수연 변호사 같은 생각도 있을거고 권민우 변호사처럼 역차별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여러 입장을 보여주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작품에 내 생각이 묻어나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창작자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면 시청자들이 그걸 빨리 느끼고 시시해하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말하려고 하기 보다 말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입장이다. '최수연처럼 살자. 권민우처럼 살지말자' 이런 말을 하려고 대사를 쓴건 아니다.

-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자폐가 있지만 장애가 덜 드러나고 무해하고 귀엽기 때문에 사랑 받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 (문지원) 만약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만한 곳이나,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면 우리 드라마라기 보다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나오는 여러 이야기일거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를 최대한 겸허하고 진지하게 경청하려 하고 있다.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이 다 그렇듯 우영우라는 캐릭터도 드라마를 위해 창작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창작한 캐릭터인 건 사실이다. 다만 이 캐릭터가 실제 자폐스펙트럼을 가졌다고 하는 것이 불가능한 캐릭터다 라고 하신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우영우같은 자폐인이 가능하다 생각하고 있다. 그 캐릭터의 긍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우리 자문 교수님을 만났을 때 대본 보시고 하셨던 이야기가 장점 중심 접근하고 있는게 마음이 든다는 것이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명과 암에서 지금까지 '암'이 강조됐다면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장점에 가까운 면들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이고 대단한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는 걸 전공자로서 지지한다고 해주셨다. 거기에 힘을 받아 진행했다. 불편한 분들도 계실 수 있다 생각한다. 변호하기 보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고 공감하고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유인식) 내가 본 반응 중 가장 울컥했던 건 자폐인을 키우는 어머니가 올린 영상이었다. 자폐스펙트럼을 자세히 그려도 속상하고 아니어도 속상할 것 같아서 안 보려고 했다가 박은빈 배우가 연기하는 우영우를 귀엽고 매력있게 봐줘서 내가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끼고 있다 생각한 귀여움, 빛나는 부분들이 사회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좋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촬영하다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런 의도로 우영우를 그린 것은 맞지만 방송이 나간 후에 우리가 우려했던 부분들, 실제 대부분의 자폐인은 우영우 같지 않기 때문에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으실거고 그런 분들이 드라마를 보고 상대적으로 더 속상하시면 어떨까 했다. 실제로 그런 분들도 계시다는 걸 알게 됐다. 작가님 말씀대로 우영우가 과연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냐 물으신다면 그럴 수 없다 생각한다. 자폐스펙트럼은 너무나 다양한 천차만별 양상을 가지고 있고 누구도 '이 사람이 자폐스펙트럼 대표야'라고 말할 수 없다. 우영우는 더더욱 최고의 스펙트럼과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드라마를 출발할 때 어떤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한다. 자폐인이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고 진실과 거짓이 충돌하는 로펌이라는 세계에 들어갔다면, 그래서 비자폐인들과 어울려 변호사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질문에서 출발한 드라마다. 그 질문을 잘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가져가려고 만든 캐릭터이다. 자폐인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이야기를 하려 했다면 우영우는 아마 또다른 모습을 가졌을 수 있다. 우영우는 드라마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가장 잘 해나갈 수 있는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그 주인공의 리얼함, 현실 가능성이라는 측면 보다 이 인물을 통해 우리가 하려던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있는가. 우리가 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건 그 부분에 집중돼있었다. 그 외 다른 영역까지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아가서는 비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랄까, 아쉬움도 접했는데 그럴 수 있다면 더 진정성 있었을텐데 생각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산업 안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대중과 소통하기까지는 한번에 가기 어렵다 생각이 든다. 우리도 이 드라마가 사랑 받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 드라마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우리 드라마를 통해 장차 자폐인 연기자가 자폐인을 연기하고 장애인 연기자가 장애인을 연기해서 좀 더 진정성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조금 앞당겨진다면 보람있겠다 싶다.

- 정명석 같은 캐릭터가 판타지라는 이야기도 있다. 주변 인물 구성에 있어서 고려한 점은 ▲ (문지원) 정명석 캐릭터는 내가 생각하는 40대 초반 사람을 가질 수 있는 멋짐을 많이 넣었다. 내가 생각하는 40대는 이런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명석이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생각해보면 제목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니까 자칫하면 우영우와 들러리들로 느껴질것 같았다. 분량도 양껏 줄 수 없고. 이 모든 캐릭터가 최대한 개성 있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짧은 분량에서도 빛이 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실제 로펌에 있는 법한 사람을 그리면서도 '이런게 40대의 멋이지'라고 생각한게 사실이다.

- 발달장애인 가족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 (문지원)솔직히 내가 만약 자폐인이거나 가족이나 지인이 자폐인이라면 나도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는게 불편했을 것 같다. 쉽게 '재밌어'라고 못했을 것 같고 볼까말까 고민했을 것 같고 봐도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차 있어도 복잡한 심경일 것 같다. 드라마가 너무 잘 돼서 안 보고 싶어도 세상이 '우영우 우영우' 하니까 그 상황에서 그분들이 겪을 복잡하고 심난한 기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이런걸 만들어 죄송합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 또한 공감합니다'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우영우라는 캐릭터에서 의도했던 것은 극단적 장점과 극단적 약점을 한몸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특별히 안타고니스트, 적대자를 설정하지 않은 것도 우영우가 변호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그녀가 가진 자폐 그 자체일 수 있고 거기서 오는 편견일거라 생각했다. 박은빈 배우에 의해 훌륭하게 연기된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많은 분들이 예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도 맞지만 드라마를 만들 때는 자폐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을 안 다루려고 한 건 아니고 최대한 보여드리려 애썼다.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걸 보여주다 자폐인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게 될까봐 농도와 정도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사람들이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라기 보다 이 사람이 사랑스럽고 씩씩하고 멋있어서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지적이 어쩔 수 없이 담아내지 못한 것으로 한계가 생겼다. ▲ (유인식) 세상 모든 장애와 자폐를 영우가 대변할 수 없다. 우영우의 무대가 일반적인 직장이고 거기에 떨어져 있는, 우리와 좀 다른 존재인 영우가 비자폐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려움이나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애환도 사실은 비자폐인이 훨씬 더 많은 시청자 여러분에게 한번쯤은 드려볼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있었다. 자폐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좋았겠지만 우리 드라마의 한계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에 최대한 진정성을 담아보려 애썼다. 다만 자폐인은 마치 특정한 능력이 있어야 가치있고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이야기를 받아안을 수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기에는 우리의 한계가 있었다.

- 해외 반응도 뜨거운데 ▲ (유인식) 나도 신기하다. 전편을 동시에 업로드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아니라 우리나라 스케줄대로 올라오는 드라마가 생중계 되는 것인데도 해외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시는게 신기하고 놀랍다.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게 어디나 다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 동시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 고래를 등장시킨 이유는? ▲ (문지원) 감독님께서 8회 정도 썼을 때 합류하셨는데 감독님께서 영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자폐인들은 특정 대상에 깊이 빠져들어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여러 후보를 두고 고민했다. 보통 공룡, 기차, 날씨, 자동차가 인기 있는데 그 중 고래로 결정한 이유는 고래는 멋있게 생겼다. 시각적으로 미장센을 풍성하게 만들어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고래 자료조사를 해 1회부터 다시 고래를 넣을 부분을 찾아서 '고레카'를 끼어넣었다.

- 특별 출연 배우들 섭외에 대해 설명해달라 ▲ (유인식) 작가님의 대본을 보면 분명히 게스트인데 그 회의 주인공에 가까운 분량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러닝타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고 대사량도 많아서 중량감 있는 배우가 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대본이었다. 그래서 대본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게 배우를 찾아 헤매는 것이었다. 꽤 많은 대본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스케줄이 맞으시면서도 이미지에 맞고 역할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손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촬영 스케줄을 조절하고 배우분을 기다려서 찍기도 했다. 4회에 나오는 동그라미 아버지는 대본을 읽자마자 정석용 배우가 해주셔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 분 얼굴에서 동동삼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9회 대본을 보는 순간 '이건 누가 할 수 있다는 말인가'에서 구교환 배우를 떠올린 순간 다른 배우는 안되겠다 했다. 모든 배우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한바다 로펌 캐릭터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 ▲ (문지원) 강기영 배우는 처음 뵀을 때부터 시나리오를 재밌게 봐주셨다고 해서 좋았다. 내가 의도한 명석의 멋진 부분을 이해해주셔서 감명 받았다. 준호 캐릭터는 감독님과 고민을 제일 많이 했던 캐릭터다. 영우 옆에 어떤 남자가 있어야 불쾌한 느낌이 아니면서 너무 판타지 같은 인형 같은 느낌이 아니지 고민할 때 강태오 배우님을 만났다. 배우님이 처음 만났을 때 본인은 부모님이 고양이를 기르시는데 영우와 준호의 관계는 고양이를 산책 시키는 사람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고 하더라. 개를 산책시킬 때는 보호자가 리드줄을 끌고 여기저기 가는데 산책묘인 고양이를 산책시킬 때는 한발 떨어져서 고양이 가는데로 따라가면서 너무 큰 위험에 빠지지 않게 도와준다고 하더라. 내가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그런 느낌으로 잡아가면 좋겠다 생각했다. 최수연, 권민우 변호사는 영우가 경쟁이 치열하고 업무량이 과다하며 똑똑한 사람이 잔뜩 모인 대형 로펌에 던져졌을 때 가장 흥미롭다 생각하는 반응 두가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내면의 갈등이 있는 봄날의 햇살, 권력에 민감한 친구라 생각해 권민우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영리하고 생존을 위해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귀여운 면이 있는 소악당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 웹툰도 제작 되던데 향후 시즌제 계획은 있나 ▲ (유인식) 아직 방송도 반 밖에 안했다.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렸는데 시즌제가 돼 시즌2, 시즌3가 나오는 자체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행복하다. 성사되려먼 사업적으로든 스케줄적으로든 맞춰가야 하는게 맞아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하고 있지 않다. 우영우월드에 대해 다들 애정을 가지고 있다 정도로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고래가 매회 다르게 등장하는데 의도한 부분인가 ▲ (유인식) 영우에게 고래를 녹여넣으면서 연출적으로 네 가지 고래 형태가 나오더라. 고래 이야기에 확 빠져들어서 수다 떨기 시작하면 나오는 포토그래픽 메모리가 있다. 그건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서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다. 또 하나는 고래 퀴즈를 낼 때 귀엽게 등장하는 고래가 있는데 페이퍼 크래프트라고 종이로 고래 모형을 만들어 모션그래픽 작업을 했다. 또 하나는 '고레카'라고 불리는 깨달음의 순간에 나타나는 고래다.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고래의 모든 점프 그림을 찾았다. 회별로 당연히 달라야 한다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해석해주시더라. 깨달음의 크기에 따라 고래 크기가 다르다거나.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맞춰간건 아니지만 작가님이 대본에 암시한 부분은 있었다. 6회에 두번 다 시원한 아이디어는 아니어서 대본에 보면 '고래가 물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빼꼼히 주변을 살핀다', '시원하게 분수를 내뿜는 장면'을 써주셨더라. 시원한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뉘앙스였던 것 같아서 물 밑에서 기웃기웃하는 돌고래를 전광판에 썼다. 네번째로는 한두번 정도 영우의 특별한 순간 현실세계에 나타난 고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부분은 CG팀과 시작부터 머리를 맞대고 어느 순간 어느 고래를 캐스팅해 어떻게 출연시킬까 고민했다. 막상 촬영하면서 걱정이 되긴 했다. 영우가 보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보는 것도 아니고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공을 들여도 괜찮을까, 사람들이 '저건 뭐야' 하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고래들을 너무 사랑해주시더라. 앞으로도 뜻밖의 장소에서 현실세계에 나오는 고래들이 있으니 기대해달라.

- 동성커플, 탈북자 등 상대적 소외 계층이 등장하는데 ▲ (문지원) 자폐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짜보라고 한다면 많은 창작자들이 자폐가 없는 대다수 시청자들이 편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이나 화자로 설정해놓고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관찰되는 자폐인을 묘사할거라 생각했다. '증인'이 그런 구성의 영화였다. '우영우'를 하면서는 내 나름대로 도전 과제였다. 우영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세워놓고 우영우와 시청자들 사이에 매개 없이 직접 소통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상하고 낯선 우영우에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직접 감정이입해 같이 울고 웃고 성장하는 기적같은 체험이라 생각한다. 이왕 그게 의도인 것이라면 이 드라마 전체가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갈 필요는 있겠다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 제작사도 이견 없이 환영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셨다. 동성커플이라든지 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 영우와 준호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문지원) 자폐라는 이름 때문에 자기 세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자기 중심적인 영우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사랑을 해서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고 그 사람과 발맞춰가는건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 이야기는 필수라 생각했다. 이걸 어떤 식으로 넣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전반부에는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순간이 소중하고 기념할 만한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있어서 회전문 신, 앞으로 보시게 될 순간들이 있다. 전반부에서는 설레는 감정 위주, 서로가 어떻게 빠져들게 됐는지에 집중한다면 후반부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드러날 것이다. 영우 입장에서는 자폐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간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고민할거 같고 준호도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모습이 드러날 것 같다.

- 박은빈 캐스팅을 고집한 이유가 있다면? ▲ 보셔서 아시겠지만 우영우란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처음에 '박은빈 배우가 검토를 하고 있다.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왔을 때에도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가기 어렵지 않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박은빈 배우처럼 부담을 가질 만큼 쉽지 않은 배역이기도 하다.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기다렸고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어서 다시 한번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 대본을 처음에 읽었을 때 박은빈 배우의 목소리로 재생되지만 처음엔 영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굉장히 막막했다. 엄청난 대사량도 양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대사하고 반응해야 했다. 배우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는데 이 많은 대사량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배우가 가진 자기만의 색을 이 캐릭터를 잡아먹지 않는, 맡은 배역마다 사람이 확확 바뀌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집중력이나 기본기를 가진 배우가 흔하지 않다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러면서 타이틀롤이라는 자기 이름이 곧 배역명이고 제목이 되는 정도의 비중을 소화하는 주인공으로서 누구나 납득할만한 위치에 있는 배우. 거의 유일했다 생각했다. 박은빈 배우가 연기했을 때 영우가 매력적일거라 생각했다.

- ENA 채널 인지도가 높지 않아 우려가 있었을 것 같은데 ▲ (유인식) 인지도가 높지 않은 채널이라 우리도 어머님들이 혹시 못 찾으시면 어쩌지? 방송 나가는데 모르시면 어쩌지 걱정한 건 사실이다. 러닝타임에 있어서 지상파보다 조금 더 자유로웠고 시청자분들이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찾아와 호응해주시는 현상 때문에 적극적인 팬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 이후 관전 포인트를 말해준다면 ▲ (유인식)우영우가 진짜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있었다면 후반부에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이랄까. 어떤 것이 훌륭한 변호사인가에 대한 고민, 이상하고 남다른 존재로서의 영우 나름대로 대답을 찾아갈 것 같다. 한바다 사람들도 각자 자기 인생의 고민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거다. 구교환씨를 비롯해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논의가 있다 ▲ (문지원) 이 드라마를 계기로 각계각층 여러분이 다양한 의견을 주시는 것에 대해 영광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곳을 좀 더 낫게 나타나는 것은 그 논의 과정 자체라 생각한다. 나도 이 드라마의 대본을 쓴 사람이자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최대한 여러 각계각층의 의견을 마음적으로 변명하지 않고 겸허하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황희 정승 같은 대답이긴 하지만 진심으로 드라마의 좋은 점을 높게 평가해주시고 좋은 기능을 할거라 생각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불편함에 대해 강하게 표현하시고 드라마로 인해 안 좋아지실것을 걱정해주시는 분들의 의견도 대체로 고민한다.

- 시청률이 어디까지 갈 것 같나 ▲ (유인식) 시청률은 지금까지 오는 동안도 전혀 예상한 적이 없다. 마치 주식과 비슷하지 않나. 이 정도도 꿈꿔보지 못한 오름세라 지금 이 시청률도 너무나 행복한 인기라 생각한다. 정말 예상은 못하겠다 ▲ (문지원) 나는 신인이라 감독님께 여쭤보니 '이건 사고 수준이다'라 말씀하셔서 그제서야 감을 잡았다. 시청률 예상은 어렵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 후반부를 어떤 시각으로 보면 좋을까 ▲ (유인식) 드라마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과정이 기쁘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마지막 회차까지 제작이 완료돼 있기 때문에 후반부가 전반부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매회차마자 우영우가 고민할만한,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고민할만한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 캐릭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답을 내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답이 정답도 아니고 모든 이가 동의할만한 답이 아닐수도 있다. 그게 우리가 하는 드라마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인 것도 같다. 현실에서 어떻게 논의 되고 어떻게 했어야 하느냐에 대해 우리 드라마가 부족했다거나 생각이 다르다고 비평해주시는 것은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 소수자가 나오는 이야기, 안 해봤던 소재의 드라마가 대중적 반향을 얻으며 생겨나는 여러가지 이야기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셨던 모습처럼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봐주시고 아낌없이 의견 주시면 좋겠다. ▲ (문지원) 우리 드라마가 순두부 계란탕 같은 밝고 따뜻한 힐링드라마지만 사실 그 안에 많은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다. 예민한 소재와 낯선 형식, 업계 관례를 순순히 따르지는 않는 여러 도전이 숨어져 있는 도라마인데 나는 히없는 신인이다 보니 나 혼자였으면 이 의도가 많이 삭제됐을텐데 흥행을 밥 먹듯 하시는 스타 감독님이 우리 선장으로 오셔서 밀고 나가주셔서 모든 것을 속시원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떡밥이 주어진다면 각계각층에서 전문가적인 수준의 지식들을 쏟아내며 다양하고 풍요롭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분들이 시청자, 관객인 것 같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걸 다시 확인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사진=ENA 제공)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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