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엔 지쳤다, 사회가 썩도록 내버려 두겠다"..중국에도 부는 '공시족 바람'

김혜리 기자 2022. 7. 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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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구직 경쟁에 지친 중국 청년들
구직 단념하거나 안정적인 공무원 택해
전문가들 "경제 성장 저해할 것"
2020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학생들이 채용 박람회에 참석한 모습. 게티이미지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이자 가장 불안한 세대’. 중국 청년들도 Z세대의 숙명을 피해 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실업률이 이미 급등한 가운데 당국이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들은 중국 역사상 최악의 실업난에 시달리게 됐다. 좌절한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거나 비교적 안정적인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의 성장 동력이 장기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중국에서 구직난으로 ‘번아웃(신체적·정신적 소진)’에 시달리는 Z세대가 경제 성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난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해고가 대거 이뤄진 데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IT·부동산·교육 등 민간 기업 규제를 대폭 늘리면서 민간 부문에서의 고용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여름 졸업 철을 맞아 대졸·고졸 인력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9.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구직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들의 기대치에 부합할 직장은 쪼그라들면서 노동 시장에서의 수급 불일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과열된 취업 경쟁에 환멸을 느낀 일부 젊은이들은 ‘자포자기족’ 세대로 거듭나는 중이다. 지난해 중국 청년들 사이에선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자’는 뜻의 ‘당평(躺平)’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에 지친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던 이들은 근근이 버는 삶에 안주하면서 ‘최소 경쟁, 최대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업난이 악화하면서 최근 중국 사회에선 ‘바이란(摆烂)’이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퍼지고 있다. 바이란은 ‘사회가 썩도록 그냥 내버려 두겠다’는 뜻이다. 좌절한 청년들이 늘어나 사회가 망가지더라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4월2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 관련 정보를 보고 있다. | 게티이미지

그런가 하면 사기업 대신 국유기업에 취직해 임금은 낮아도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노동 시장에서 국유기업보다 사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은 데다가 중국 당국은 고용 촉진을 위해 국유기업과 공공 기관들에 채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구직사이트 51잡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졸업생 중 약 39%가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국유기업을 꼽았다. 이는 2017년(25%)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 중국 구인·구직 플랫폼 즈롄자오핀이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들의 초임급 기대치는 지난해보다 6% 하락한 6295위안(약 122만원)을 기록했다. 채용 담당자들은 같은 기간 동안 구직자들 사이에서 국유기업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중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유기업은 전반적으로 민간 기업보다 효율성과 혁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취업연구소(CIER)의 정샹취엔은 구직자들의 취업 눈높이가 낮아져 “젊은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는 경제에 좋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낸 공공 일자리만으로는 청년 실업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루펑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에 약 8000만명이 고용돼 있고 올해 200만명이 추가로 고용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민간 부문에서의 고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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