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녹지 어우러진 한국판 '허드슨야드' 될까..용산 대변신
롯데타워급 초고층 건물 짓고 UAM 등 미래 교통거점 조성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26일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발표로 용산철도정비창 부지 개발이 다시 본격화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리던 개발 사업이 지난 2013년 금융위기 등으로 좌초된 지 10년 만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시내 마지막 대규모 가용지이자 미래 발전 동력이 될 잠재력 높은 도시로서 용산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오 시장이 용산 일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 구상과 발맞춰 숙원 사업을 해결하고 한국판 '허드슨야드'를 조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침 겪으며 10년째 방치…'용산 시대' 맞아 대규모 개발 재시동
용산정비창 부지는 용산구 한강로3가 일원에 있는 약 50만㎡ 규모의 땅이다. 서울 한복판에 여의도공원의 2배, 서울광장의 40배에 달하는 규모로 자리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지난 2007년 민선 4기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점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총 51만8천692㎡를 관광·정보기술(IT)·문화·금융 비즈니스 허브 등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총사업비가 30조3천억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렸던 이 사업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이 터지면서 자금 조달 문제 등이 겹쳐 난항을 겪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2013년 시행사의 부도로 사업이 좌초됐고,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개발이 아닌 '도시 재생'에 역점을 두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10년 가까이 빈 땅으로 방치된 용산정비창 부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1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 시장은 주택 공급 방안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이견을 보였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업무지구 취지에 맞게 주택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부진했던 서울시와 정부 간 협의는 오 시장과 같은 당인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용산 일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해 '용산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비록 부지 내 주택공급 규모가 1만호에서 6천호(주거용 5천호+오피스텔 1천호)로 줄긴 했으나 서울시와 국토부 간 합의가 이뤄지며 오 시장이 구상해온 업무·상업 등 비주거 시설 중심의 고밀도 복합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지난 10년간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경제 부문에서 경쟁력이 대폭 하락한 것은 용산정비창 개발이 지체되면서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뉴욕, 런던과 같은 세계의 대도시들이 쇠퇴한 도시 공간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개발해 도시경쟁력을 끌어올릴 때 우리는 정체돼 있었다"며 "용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기회를 극대화하고 변화된 여건과 미래 환경에 부합하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건물 들어설 듯…교통거점 기능 강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노후 철도시설을 고밀도 복합개발을 한다는 점에서 뉴욕의 허드슨야드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는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과 펜실베이니아역 사이의 철도기지 등 28에이커(약 11만3천㎡) 규모의 부지를 대형 오피스와 쇼핑몰, 아파트, 호텔 등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뉴욕 내 마천루 건설 붐을 불러왔다.
이번 개발 구상이 실현되면 서울 한복판에도 123층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시는 서울 시내 최초의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지정해 법적 상한 용적률 1천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입지규제최소구역은 복합 개발을 위해 용도지역 등에 따른 입지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며, 별도의 건축물 허용용도·용적률·건폐율·높이 등이 적용된다. 2015년 국토계획법상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고양, 인천, 포항 등 3개 지역에만 적용됐다.
뉴욕 허드슨야드의 경우 최대 3천300%까지 허용하고 있다. 평균 용적률은 1천800% 이상으로 알려졌다.
시는 국제업무지구로서의 상징성과 서울을 대표하는 경관 창출을 위해 높이 제한은 최소화하되 통경축 및 보행축과 주변 지역을 고려한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개발 구상에는 용산이 강북 도심에서 강남과 김포·인천공항, 수도권 전역을 넘어 전국으로 연결되는 '신(新) 교통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도 담겼다.
이를 위한 핵심은 용산역과 연계한 대중교통 환승거점인 '모빌리티 허브' 조성이다. 허브는 지하·지상·공중 등 3단계로 구성되는데 지하는 차량 중심의 도로교통체계, 지상은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와 녹지, 공중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거점으로 각각 활용된다.
UAM의 경우 시는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시범노선을 운영하고 향후 인천공항, 잠실, 수서 등 서울 시내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UAM 노선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를 타고 인천·김포공항에서 내려 UAM을 타고 용산에 도착한 뒤 GTX나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게 된다.
총사업비가 12조5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개발 사업인 만큼 재원 조달과 개발 수익 환수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시는 과거 사업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였던 민간 주도의 '통개발' 대신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코레일이 약 5조원을 투자해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 먼저 나서고, 민간이 개별 부지를 하나씩 완성해가는 순차 개발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 위축,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해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코레일은 부채 감축 차원에서 개발 사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용산정비창 부지의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코레일이 해당 부지를 통으로 매각한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다"며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택지가 조성되면 적극적으로 매각하겠다는 게 코레일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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