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세계 3위' 팹리스 미디어텍 손잡아..삼성 파운드리에 '위협'

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2022. 7. 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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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인텔의 가세로 TSMC의 독주 아래 삼성전자가 이를 쫓는 형국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 삼성전자가 16%였다. 인텔은 1% 수준이다.
인텔 제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세계 3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인 대만의 미디어텍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인텔은 25일(현지시간) 미디어텍과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의 고급 공정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실질적인 첫 주요 고객사다.

인텔은 같은 해 7월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2025년까지의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당시 인텔은 세계 최대 통신 반도체 팹리스인 퀄컴과 '유통 공룡' 아마존을 새 고객으로 소개했지만 아직 생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렌디르 타쿠르 IFS 사장은 "연간 20억대 이상의 디바이스에 칩을 공급하는 미디어텍은 인텔 파운드리 성장에 훌륭한 파트너"라며 "인텔은 첨단 공정 기술과 미국·유럽 등 지리적으로 다양한 생산 역량을 조합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업체 매출 순위. 가트너 제공


미디어텍은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칩 설계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76억 1700만 달러(약 23조 1천억 원)로 전 세계 반도체 업체 가운데 7위에 올랐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전문 설계회사인 미디어텍은 팹리스 중에서는 미국의 퀄컴과 브로드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을 뺀 팹리스 가운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중저가 AP 전문 제조사였던 미디어텍은 최근에는 플래그십 AP 시장에서도 약진하며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 매출 순위에서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퀄컴보다 앞선 1위였다.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양산되는 미디어텍의 플래그십 AP '디멘시티 9000+'. 미디어텍 제공


미디어텍의 놀라운 성과는 오랜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TSMC 덕이 크다. TSMC는 미디어텍의 AP를 전량 위탁 생산하고 있고, TSMC 출신 임원들이 미디어텍 이사회에 대거 합류하기도 했다. TSMC의 물량 배정에서도 미디어텍은 애플에 이어 늘 두번째다.

인텔과 미디어텍은 구체적인 공정 수준과 자세한 생산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디어텍은 AP의 경우 TSMC의 최선단 공정을 계속 이용하되, 스마트워치 등 주변 기기용 반도체 생산을 인텔에 맡길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2011년 처음 개발한 핀펫(FinFET) 공정의 2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의 성숙된 버전인 '인텔 16' 칩을 미디어텍에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텍이 밝힌 '고성능·저전력' 조건에 최적화된 반도체가 바로 인텔 16이기 때문이다.

인텔이 올해 2월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공개한 기술 로드맵. '인텔 16'의 특징으로 고성능, 저전력이 명시돼 있다. 인텔 제공


포브스는 "인텔은 22FFL 공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더 나은 성능, 낮은 전력 및 작은 면적을 달성했으며 이는 기업이 파운드리를 평가할 때 핵심 수치"라며 "인텔 16은 올해 말 최종 설계를 마치고 내년 초에 대량 생산 증가가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IT(정보기술) 전문매체 씨넷(CNET)은 "미디어텍은 10년 된 '인텔 16'의 제조 공정을 개선한 버전을 사용해 사물인터넷(IoT)용 가전제품 및 기타 장치용 반도체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텍은 이번 협력에 대해 "인텔은 보다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디어텍에 부합하는 파트너"라며 "우리는 전 세계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제품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텔의 가세로 TSMC의 독주 아래 삼성전자가 뒤를 쫓는 형국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 삼성전자가 16%였다. 인텔은 1% 수준이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인텔 제공


반도체 컨설팅 업체인 테크인사이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댄 허치슨은 "인텔이 미디어텍 계약을 통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에 대한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켰다"며 "인텔이 올바른 길로 가며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설계하고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업계 '공식'이 깨진 사례이기도 하다. IT매체 더 레지스터는 "AMD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TSMC 및 삼성전자 같은 아시아 파운드리에 의존해 온 팹리스 세계에서 일종의 '반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TSMC는 주요 고객의 이탈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TSMC는 타이페이타임스에 "미디어텍은 우리의 장기 고객이며 첨단 기술 협력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미디어텍과 TSMC의 비즈니스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막대한 투자에 나서 기술력을 끌어올리면 결국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인텔이 경쟁하는 '3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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