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단식·불매운동에도..길어져만 가는 '파리바게뜨 사태' 왜?

조해람 기자 2022. 7. 26. 15: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노조 지회장이 지난 5월19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단식중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식농성장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파리바게뜨의 ‘사회적 합의’ 이행 문제가 올해 안에는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까.

파리바게뜨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노사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갈린다. 노동자들이 사측의 사회적 합의 미이행을 주장하며 집단 단식에 나서고 시민사회는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사측은 ‘사회적 합의를 이미 완료했다’고 주장한다. 해결이 늦어지자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26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전국 매장 1인시위와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5300여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하며 100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을 촉구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양측과 정치권, 시민사회는 2018년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는 본사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피비파트너스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하되, 급여수준 등을 3년 내로 정규직과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양측은 또 지분구성 변경 및 임원구성, 소송 취하, 노사 협의체 운영, 부당노동행위 시정 및 불법파견 사과 등을 합의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지난 5월19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단식중단 기자회견을 하던 중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성동훈 기자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시민사회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측이 사회적 합의 대다수를 미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는 사회적 합의 11개 항목 중 이행된 것은 2개뿐이며 5개(부당노동행위 시정 등)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난달 밝혔다. SPC가 지난 4월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선포식을 열고 합의를 이행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SPC가 합의 당사자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빠진 채 선포식을 열었다는 점에서 ‘셀프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 이행 기간 중 사측의 노조 탄압 문제도 불거졌다. 사측에 우호적인 복수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총 조합원을 승진에서 차별하고, 중간관리자(BMC) 등을 앞세워 노조 탈퇴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5월 승진차별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고, 고용노동부는 관리자 9명을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5년차 제빵기사인 임종린 지회장이 지난 3월28일부터 5월19일까지 53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측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지난 4일에는 노동자 5명이 또다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26일 현재 3명은 건강 이상으로 이를 중단했고, 2명은 이어가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전국의 63개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바리바게뜨를 포함한 배스킨라벤스, 던킨도넛츠, 포켓몬빵 등 SPC 전 제품에 대한 불매행동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SPC 관계자는 “사측은 사회적 합의를 모두 이행했으며 검증위원회의 일방적 주장에 따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임 지회장이 단식하는 동안에도 10여차례 만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제1노조와 별도로 개별협상을 요구한 것은 들어주기 어려웠다”고 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SPC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다음달 9일부터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의 10%인 350개 매장에서 1인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과 전국 593개 시민단체는 26일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과 당면한 노동탄압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파리바게뜨를 반사회적 기업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이고 전국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포한다”며 1인시위와 함께 법적 대응, 대규모 선전 등으로 투쟁을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법률대응과는 다르게 전면적이고 끈질기게 책임을 묻겠다”며 “형사적 책임과 노동3권 침해 등 반헌법적 부당행위를 중심으로, 일선 관리자를 넘어 회사 법인과 경영진의 책임 규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노동상담기구 ‘비상구’는 이날 노사 양측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이라 다시 조율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파리바게뜨에서는 황재복 대표이사와 김범호 부사장이, 노조측에서는 신환섭 화섬노조 위원장과 임 지회장이 참석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