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 조치' 윤희근 서한문에.."조직 겁박 협박문" 들끓는 경찰 내부망

권기정 기자 2022. 7. 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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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찰 내부통신망에 “경위·경감급 모임을 강행하면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라는 글을 올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에 반발하는 댓글이 2000여 개나 올라오는 등 경찰관들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내부망 게시판 캡처

“후보자는 비겁하다”, “어떤 청장으로 남고 싶어 이러느냐” 등 후보자를 직격하는 글에서부터 “쿠데타 세력으로 몰려 퇴직하게 생겼다”며 현실을 개탄하는 댓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윤 후보자는 앞서 지난 25일 오후 6시 54분쯤 내부통신망에 ‘경찰청장 직무대행 서한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후보자는 서한문에서 “경찰 문제가 사회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되면 우리가 지향하는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며 “의견 표현과 소통의 방법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총경급 모임 이후 경위·경감급 모임을 열자는 주장에서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을 이해하지만, 연이은 모임이 자칫 국민께 어떻게 비칠지도 곱씹어봐야 한다”고 적었다.

윤 후보자는 “더 이상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 않도록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며 “모임이 강행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양지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글은 경찰 내부통신망의 공식게시판 뿐 아니라 내부통신망 내 일종의 자유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도 올라왔다.

윤 후보자의 글이 올라오자 이에 반발하는 실명의 댓글이 빗발치면서 26일 오후 1시 30분 현재 공식게시판에는 1138건, 현장활력소에는 934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대다수가 윤 후보자를 비판하거나 윤 후보자의 주장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A경찰관은 “사랑하는 경찰 동료 여러분에게 하는 말씀이 아닌 것 같다. 누구를 사랑하는지 과연 의문이다. 당장 앞날보다 조금만 더 멀리 내다보고 올바른 결정을 하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윤 후보자에게 “동료를 외면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싶은가? 후대에 어떤 청장으로 남고 싶어 이러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서한문이 아니라 조직원 전체를 겁박하는 협박문인데 누가 조직 수장으로 인정할까”라며 윤 후보자를 직격했다.

B경찰관은 “‘당부’는 부탁을 의미하는데 당부를 듣지 않으면 ‘엄정히 조치’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경찰관은 “아직도 1980년대 경찰로 바라보는 정치권 인사들의 시각 자체가 문제다. 그런 정치권에 휘둘리는 경찰조직이 얼마나 힘이 없는 조직인지 정치권이나 (경찰)지휘부도 각성이 필요하다”고 썼다.

D경찰관은 “쿠데타: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일. 지배계급의 권력이동으로서 체제의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과는 구별되는 것임. 과연 우리 조직의 현재 행동이 쿠데타인가요?”라고 물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삼십몇 년간 몸담아오면서 격려 댓글 몇 개 덧붙이는 비겁하고 소심한 선배로 있다가 결국에는 쿠데타 세력으로 몰려 퇴직할 듯싶다. 참 덧없다”라고 적었다.

경찰 내부망 게시판 댓글

댓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경우도 많았다. 또 댓글 삭제 시 나타나는 ‘작성자 본인이 직접 삭제하였습니다’라는 문구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저항의 의사를 표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사태로 30일 예정된 경위·경감급 현장팀장회의는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현장 팀장 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6일 오전 8시 30분쯤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초 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김 경감은 “참석 대상자를 14만 전체 경찰로 확장함에 따라 수천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1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기에 강당보다는 대운동장으로 회의 장소를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경찰청장 후보자를 향해 “30일 오후 2시 14만 전국 경찰은 지난주 개최한 총경회의와 동일한 주제로 동일한 장소에서 회의를 개최함을 알려드린다”며 “총경들에게 하셨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적었다.

회의는 유튜브 생방송으로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글에는 ‘적극 지지한다’는 댓글이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886개 올라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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