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이냐 강압이냐..尹 대통령과 '14만 경찰' 대치 전선 고조(종합)

김일창 기자,김동규 기자 2022. 7. 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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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경찰 향해 두 번이나 '국기문란' 비판..비정상의 정상화' 후퇴는 없다
정부, 국무회의서 경찰국 신설안 통과..경찰, 30일 대규모 회의 개최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김동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을 향해 잇따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확실한 기강 잡기에 나섰다. 경찰은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개최'를 예고하며 강경 투쟁 방침을 천명했다. 국정운영 최고책임자에 대한 경찰의 조직적 반발인지, 권력의 경찰 독립 침해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법과 원칙'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겠단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일단 경찰의 반발 지점인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후 총 서른 세 번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유독 경찰에 대해서만 '국가 기강'을 거론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첫 발언은 지난 6월23일에 나왔다. 경찰이 이틀 전인 6월21일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는데, 발표 두 시간여만에 수정된 인사안이 발표되면서다.

치안감은 치안총감과 치안정감에 이어 경찰에서 세 번째 높은 계급으로 경찰청 국장과 시도경찰청 청장 등 지휘부를 구성하는 고위직이다. 고위직 인사가 발표 두 시간 만에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최초 발표안이 대통령의 재가가 나기 전에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6월23일 출근길에서 "참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말이 안 되는 얘기고 어떻게 보면 국기 문란일 수 있다"며 "중대한 국기 문란이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경찰을 직격했다.

도어스테핑 때 윤 대통령의 입에서 '국기 문란'이란 단어가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경고성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기 문란'이란 발언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등장했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급 인사들이 지난 23일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한 것이 타깃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제(25일) 출근길에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행안부와 경찰청이 적절한 조치를 잘 해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강경 대응 기조가 필요한 조치에 부합한다고 보나'란 질문에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 관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경찰국 설치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텐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나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경찰국 신설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의 경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취임 초반 고위직 인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만인 지난 5월24일 전체 일곱 자리의 치안정감 중 다섯 명을 교체했다. 승진자 중 한 명인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한 후, 바로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하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변에 경찰국 신설 반대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2.7.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승진한 치안정감들이 대폭 물갈이됐다는 당시 평가에 대해 "정치 권력과 상당히 연관돼 있더라"라며 공개적으로 전 정부 경찰 수뇌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새 술은 새 부대에' '정치 권력과의 결탁' 발언이 보여주듯,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경찰의 과오를 현 정부에선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드루킹 사건, 이용구 전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근 경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고자 청와대와 울산 경찰은 야당 소속 울산시장(현 김기현 의원)에 대해 기획 수사를 했다"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경찰이 보인 행태는 낯뜨겁다. 경찰들이 독립을 외치는 것이 진정성이 없는 이유"라며 "또 경찰대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하는 행태가 공고히 되는 상황은 조직의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 경찰국 신설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안을 심의·의결했다. 시행령안은 8월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신설되는 것은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이후 31년 만이다.

경찰의 반발은 한층 격화하는 모습이다. 오는 30일 전국 현장팀장회의 개최를 제안했던 경찰관은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경찰대 출신(14기)인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이날 오전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당초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고 했지만 여러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번경하게 됐다"며 "특히 경찰국 반대여론을 특정집단이 주도했다는 음모론을 듣고 우리 전체 경찰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회의참석대상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총, 무기와 1도 관계없는 수사과 경제팀장인 저 혼자서 기획, 추진하는 토론회이므로 쿠데타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경찰청 차장)에게는 "현장참석 총경들에게 하셨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와 저와 회의참석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직위해제 및 감찰조사를 하실 건지 두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14만 경찰회의는 3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유튜브로 방송될 예정이다. 1부의 회의 주제는 '경찰국 신설은 정당한가?', 2부 회의 주제는 '회의참석 총경에 대한 징계탄압, 감찰탄압은 정당한가?'로 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2.7.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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