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5가지 방법
탄수화물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다. 밥이나 면, 빵으로 섭취한 탄수화물은 몸 안에서 소화돼 최종적으로 포도당이 된다. 우리 몸은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써서 움직인다. 살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탄수화물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가 된다. 미처 에너지로 다 사용하지 못한 남은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돼 복부, 허벅지 등에 쌓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비만, 당뇨, 고혈압, 협심증, 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진다. 밥을 배불리 먹고 나서도 입이 허전해 간식을 찾는다면, 이미 '탄수화물 중독'에 빠졌을 수 있다.
위험한 탄수화물 중독...빠져나오려면?
1. 정제 탄수화물 끊기
정제 탄수화물은 인공적으로 합성하거나 도정을 거친 곡류다. 설탕, 흰 밀가루, 백미가 대표적인 정제 탄수화물이다.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빠르게 소화되고 흡수돼 혈액에 포함된 포도당 즉,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급격히 높아진 혈당을 내리기 위해 췌장이 열일하기 시작한다. 췌장에서 혈당을 정상 범위 내로 유지하기 위한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분비된 인슐린은 우리 몸을 저혈당 상태로 만들어 다시 탄수화물을 찾는 악순환을 만든다. 필요 이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려고 췌장이 혹사당하다 보면 당뇨병 발병 위험도 커진다. 정제 탄수화물을 끊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정제 탄수화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이 너무 많다는 것. 흰 쌀밥, 칼국수, 짜장면, 우동, 돈가스, 피자 등을 하루아침에 완전히 끊기란 어렵다. 따라서 정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간 정제 탄수화물을 끊었다가, 참을 수 없을 때는 먹는 것이다. 그 후 다시 2~4일 이상 끊는 것을 반복한다. 먹었다 끊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정제 탄수화물을 끊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 비정제 탄수화물 먹기
정제하지 않은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좋다. 도정하지 않은 현미 등의 통곡물, 콩 등의 비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을 천천히 올려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지 않게끔 하기 때문이다. 잡곡밥, 오트밀, 통밀빵은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기에 단것을 먹고 싶은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도 있다.
단, 몸에 좋은 탄수화물이라도 과식은 금물이다. 탄수화물은 하루 최소 섭취량인 100g 이상으로 맞춰 먹어야 한다. 즉석 잡곡밥 제품 1개에는 71g 정도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3. 단 것 줄이기
식사 후 디저트를 먹거나 식간에 간식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 특히 케이크, 도넛, 과자, 빵은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들어진 정제 탄수화물 덩어리나 다름없다. 간식을 꼭 먹어야 한다면, 제품 뒤편 영양표시를 확인해 당류 함량이 적은 제품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음료에도 당류가 매우 많이 들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례로, 콜라 1캔에는 당이 27g 정도 들어있는데, 이는 각설탕 12개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첨가당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는 사람이라면 당을 50g 미만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음료수를 고를 때는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를, 가당음료 대신 시럽을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않은 생과일주스를 마시는 것이 낫다. 커피를 살 때는 당 함량이 0g인 아메리카노를 고르는 게 최선이다. 아메리카노 이외의 커피도 시럽 양을 적게 넣거나 아예 빼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4. 거꾸로 식사법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먹는 거꾸로 식사법을 실천하면, 식후 혈당이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먹기 전에 포만감을 채울 수 있어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일례로 샐러드부터 먹고 고기를 먹은 후, 마지막으로 밥을 먹으면 된다. 상대적으로 오래 씹어야 하는 채소를 먼저 먹으면 평소보다 식사 속도가 느려진다. 천천히 식사하면 뇌가 배부르다는 신호를 인지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포만감을 더 잘 느끼게 된다. 단, 당이 높은 과일 대신 채소로 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하는 것이 좋다.
5. 숙면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기
잠이 부족하면 탄수화물을 많이 먹게 된다. 수면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깨어 있는 동안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수치는 평소보다 약 18% 감소하고,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약 28%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짧은 청소년은 탄수화물과 설탕을 더 많이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행하는 의학 저널 수면(SLEEP)에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연구진은 10대 93명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수면 패턴이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6시간 30분만 잔 그룹이 9시간 30분을 잔 그룹에 비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탄수화물과 설탕이 첨가된 음식과 음료를 더 섭취했다. 잠을 적게 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하루에 설탕을 12g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체내 농도가 높아진다.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면 식욕을 증가시키고 단 음식을 당기게 해 탄수화물을 더 먹게 된다.
엄채화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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