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무역 적자,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中 경기부진에 하반기 전망도 '암울'

세종=전준범 기자 2022. 7. 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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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0.4% 증가하는데 그친 중국 GDP
최대 교역국 경기 둔화에 韓 수출도 3% 감소
"中 경제 하반기도 어려워..8월에 수출 대책"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5월 29일 중국 상하이 와이탄에서 흰 방호복을 입은 배달 기사가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수출이 전기 대비 3.1% 줄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조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도, 한국이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성적표에 대한 정부 평가는 무겁다. 수출 비중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 중국의 경기가 흔들리고, 그 여파가 한국의 이번 수출 위축에도 영향을 줬다는 사실은 정부 어깨를 더 짓누르는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갈등,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악재가 여전히 산적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중국 경제와 한국 수출 경기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들어 7월 20일까지 185억달러 적자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당분간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

◇ 수출 비중 25% 중국 경기 위축에 韓 수출도 휘청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차질 장기화, 중국 도시 봉쇄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서 전기 대비 3.1% 감소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화학제품과 1차 금속제품 등의 수출이 부진했다.

수출 기업들은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 둔화에 우려를 나타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한 12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6월 한 달 뿐만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6.9%로, 작년(22.9%)보다 크게 둔화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에 나서면서 생산 활동에 제약이 발생했고, 경기 둔화 우려에 소비 심리마저 위축한 것이 한국의 대중 수출에도 영향을 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6444억달러다. 이 중 25.2%인 1629억달러가 중국을 향했다. 한국이 수출 제품을 만들 때 쓰는 각종 원·부자재의 중국 의존도도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 분야에서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29.3%로 일본(28.9%)과 미국(12.9%)보다 높았다. 중간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2019년 기준) 역시 27.3%로 일본(19.8%)과 미국(8.1%)을 크게 앞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대중 수출 위축 흐름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작년 말 발표한 ‘국내 수출의 특징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 성장률은 0.56%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6월 17일 중국 상하이 치푸루 의류 시장의 한 점포 셔터에 임대료 반환을 요구하는 종이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 하반기 中 경기도 어두워…200억달러 근접한 무역적자

문제는 중국의 하반기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9조2464억위안(약 5732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팬데믹 충격이 컸던 2020년 2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자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1.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2.5%다.

전문가들은 상하이 봉쇄가 해제되긴 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미국의 긴축 행보 등 굵직한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한 만큼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얼어붙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리스크 요소로 꼽힌다.

중국 당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5.5%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달성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4.4%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4.3%, 로이터는 4.0%, 블룸버그는 4.1%를 각각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 성장률에는 0.5%p의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대 교역국의 경기 부진에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6월에 이어 7월에도 4개월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81억2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6억3600만달러 적자였는데, 1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무역수지 적자 누적치는 184억5800만달러로 2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달 22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열린 ‘대중 수출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8월 중 수출 지원, 규제 개선, 주력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포함한 종합 수출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단기적인 수출 확대뿐 아니라 우리 산업·무역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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