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체를 분노케 한 '쿠데타' 발언..정부-경찰 '강대강' 대치 어디까지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정부와 경찰의 대립이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되고 회의장에 참석한 총경 56명에 대해서도 징계 수순을 밟겠다는 정부 방침에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정부가 경찰의 추가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줄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누를수록 튀어오르는 경찰과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정부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경찰 집단반발이 경감·경위 등 일선 팀장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부화뇌동'이라며 비판했다.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으로 일선 경찰과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 대해서는 "치안을 책임지는 일부 서장들이 정부 시책에 반대되는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 기강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또 "서장급 정도 되면 그 내용을 부하들에게 잘 설득해서 정부시책에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추가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날 이 사안과 관련한 질의에 "국가 기강 문란"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경찰 내부 반발은 더 심해지고 있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팀장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됐다. 일선에서는 부당한 인사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한 모금운동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강압적인 소통 방식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의 집단행동은 국민을 위한 나름의 충정인데, 정부가 폄훼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경이 관내를 벗어나 외부에 총을 들고 나간 것도 아닌데, 정부가 '국기문란' '쿠데타' 등 경찰 조직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자존심을 훼손시키는 발언을 이어나가면서 갈등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 또한 정부의 소통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나 행안부의 세련되지 못한 소통방식 때문에 경찰과의 감정싸움으로 번져버렸다"면서 "경찰들은 국가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목숨 걸고 나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을 폄하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은 경찰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면서 "일선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경찰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경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곽 교수는 "칼자루 쥐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통치방식을 보여주면 국민들도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정부가 힘으로 밀어부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면서 "결과적으로 정권에 대한 국민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법적인 분쟁을 통해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상징적인 기관인 경찰이 위법성이 다분한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는데 구성원으로서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입법자들이 법 개정을 통해 경찰국을 신설한다면 경찰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행규칙이 상위법령을 위반한 부분, 징계조치에 대한 직권남용 부분 등 사법영역에서의 결론으로 갈등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 역시 정부와 경찰이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경찰의 희생이 이어질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줄징계 등으로 치닫게 되면) 현 정부가 경찰 뿐 아니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현재는 시민들이 피부에 와닿는게 없어 관망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도를 넘어설 경우 경찰가족, 시민단체들까지 나서면서 촛불집회까지 불러올 수 있다"라고 했다.
류 총경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부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처됐다. 이 장관은 이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단순 징계사유가 아니고 형사범죄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류 총경은 이와 관련해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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