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가스 또 줄이는 러시아.. '살라미 전술'로 효과 극대화

박용하 기자 2022. 7.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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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 1’ 가스관 시설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또다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가스관을 다시 가동한지 일주일만에 가스를 감축하겠다며 유럽의 에너지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가스 문제를 두고 이어진 러시아의 ‘살라미 전술’은 유럽의 민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러시아에게 전략적 이점을 안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정기 수리까지의 가동 기한이 끝남에 따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위한)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의 가스관 터빈 엔진 하나의 가동을 멈춘다”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은 이어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는 27일 오전 7시부터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의 하루 가스운송량이 현재(하루 6700만㎥)의 2분의 1인 하루 3300만㎥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루 3300만㎥의 운송량은 이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해당한다.

가스프롬의 조치로 가스 수급을 둔 유럽 국가들의 근심은 또다시 커지게 됐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11일 유지보수를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가동을 완전 중단해 유럽의 에너지 위기감을 촉발시켰다. 지난 21일 가스관을 다시 가동해 일부 숨통이 트였으나 가스 공급량은 전체 용량의 40%에서 30%로, 이날 또다시 20%까지 줄었다. 유럽 입장에서는 가스가 완전히 차단되기까지의 과정을 불안하게 지켜보게 된 셈이다.

가스프롬 측은 앞서 가스 운송을 축소하고 중단했던 이유로 가스관의 유지보수 문제를 들었다.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이 대러 제재로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대러 제재까지 일부 면제하며 해당 터빈을 돌려줬으나 러시아 측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스프롬은 이날 “(터빈 반환 이외에도) 추가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다”며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재를 거론했다. 대러 제재와 관련해 더 광범위한 해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그간에도 대러 제재 완화를 위해 자국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에너지 의존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특히 강력한 제재를 한꺼번에 쏟아놓으며 ‘질식 작전’으로 나간 서방과 달리, 자국이 쥐고 있는 카드를 조금씩만 꺼내놓으며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특히 가스 수급과 관련해 두드러졌다. 러시아는 지난 4월 가스의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며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시작으로 한달에 1~2개 국가씩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한 번에 유럽 전체를 상대하지 않고 압박 대상을 세부적으로 쪼갠 것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위기에 대한 각국의 불안감이 차츠 고조되며 EU의 단합력을 시험에 빠트렸다.

가스 공급을 한 번에 끊지 않은 방식도 러시아에게 여러 이점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가스 공급의 불확실성이 가격을 끌어올리면, 판매량 위축에 따른 수익 감소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끊지 않은 가스 공급을 지렛대로 유럽의 경제적 운명을 좌지우지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러시아 분석가 야니스 클루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가 우리에게 가스를 줄 것인지 끊을 것인지. 유럽이 다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술만 바라보게 됐다”고 썼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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