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 8년간 700억 횡령.."파견간다"며 1년 무단결근

박채영 기자 2022. 7. 26. 14: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우리은행 횡령사고 검사 잠정 결과 발표..직원 횡령금 697억원으로 늘어
OTP·직인 도용하고 허위공문 만들어 횡령..1년간 무단결근하기도
금감원,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미흡"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이준수 부원장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약 697억 3천만원을 횡령한 사건에 대한 잠정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직원 한명이 8년간 횡령한 금액이 총 7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을 했고 파견 간다고 속이고 1년여간 무단결근을 하는 등 일탈을 일삼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부실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잠정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전모씨가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차례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4월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던 614억5000만원보다 횡령 금액이 83억원 가량이나 늘었다. 금감원은 올해 4월27일 우리은행으로부터 횡령사고를 보고 받은 후 바로 다음 날부터 지난 6월30일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전씨가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614억5000만원)을 횡령한 것 외에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항 매각 계약금(59억3000만원),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출자전환주식(23억5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횡령금액이 늘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련 자금 외에 A사 출자전환주식도 횡령
금융감독원 제공

전씨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출자전환주식 관리를 담당하던 2012년 6월4일 첫 횡령을 저질렀다. 그는 한국예탁결제원에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주식의 출고를 요청한 후 담당 팀장이 없을 때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도용해 무단결재하는 방식으로 A사 주식 약 43만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동생의 증권계좌로 인출했다.

전씨는 같은 해 11월9일 A사 주식을 다시 매입한 후 재입고해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대금 일부를 사용했다.

전씨는 2012년 10월12일부터 2018년 6월11일까지는 총 3차례에 걸쳐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이 몰취해 우리은행이 관리 중이던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전씨는 횡령 과정에서 직인을 도용하고 공·사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2014년 8월29부터 2017년 11월3일까지 전씨는 우리은행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항 매각 계약금 59억3000만원도 4회에 걸쳐 횡령했다. 전씨는 허위공문으로 예치기관에 출금 요청을 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씨가 횡령한 자금의 대부분은 그의 동생 계좌로 유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자금이 주로 주식이나 선물 투자, 친인척의 사업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기능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원인”

금감원은 대형 시중은행 본부에서 8년 동안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것은 전씨의 개인적인 일탈 외에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고 봤다.

금감원 검사 결과 전씨는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했으며 명령 휴가 대상에도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는 전씨가 대외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허위보고를 한 후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단결근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발신공문 은폐 또는 위조가 가능했던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통장과 직인을 관리하는 역할이 분리되지 않아 전씨가 정식결제 없이 부서장 등의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내부 결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씨는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는데, 모두 전산결재가 아닌 수기결재였다. 수기결재 문서인 데다가 전산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결재 전 사전 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출금전표 및 대외발송공문의 내용이 결재문서 내용과 다른데도 그대로 직인이 날인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계약금이 예치된 자행명의 통장 잔액의 변동상황이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전환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본부 부서의 자행명의 통장에서 이루어지는 거액 입출금 거래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적발이 되지 않았다.

전씨 외 관련 임직원에 필요한 조치 취할 것

금감원은 법률검토를 거쳐 전씨 외에 우리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의 관련자는 팀장, 부서장이 될 수도 있고 임원, 행장, 회장까지 갈 수도 있지만,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금감원이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금감원 검사는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금융사의 개별 거래를 일일이 확인하는 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금융위와 공동으로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경영실태 평가 시 사고 예방 내부 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