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700억원대 횡령..금감원 "내부통제 잘못" 결론
기사내용 요약
"자금 관리자에 대한 명령휴가 한번도 없어"
"공문 전산등록 되지 않아 위조 가능했다"
"횡령자 근무 기간 동안 지점 자체감사 없어"
"횡령자와 관련자 법에 따라 엄중 조치"
"금융위와 내부통제 개선 방안도 강구"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 관련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우리은행 내부통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횡령 직원 A씨가 10년 동안 관련 자금을 계속 관리해왔음에도 우리은행이 단 한번도 A씨에 대해 명령휴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수·발신 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 등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문 위조가 가능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고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27일 우리은행으로부터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에 의한 6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했음을 보고받고 즉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A씨(횡령자)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전환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등을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약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자는 출자전환주식 관리를 담당하던 중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관리시스템에서 A사 주식 출고를 요청한 후 팀장 공석시 OTP를 도용해 무단결재하고, A사 주식(약 43만주)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23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특히 대우일렉 지분 매각 진행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을 관리하던 횡령자는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결재를 받는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약 614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또 대우일렉 인천공장 매각추진 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과 각종 환급금을 신탁사 등 예치기관에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해 총 4차례에 걸쳐 약 59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횡령자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 부서에서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횡령자가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했음에도, 이 기간 중 횡령자는 명령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횡령자의 대외 수·발신공문 은폐·위조가 가능했다.
통장⋅직인 관리자도 분리돼 있지 않아 횡령자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횡령자가 정식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횡령했으며, 결재 방식 역시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였다. 문서 전산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결재전 사전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출금전표와 대외발송공문의 내용이 결재문서 내용과 크게 다른데도 그대로 직인이 날인돼 횡령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 또 출자전환주식 출고신청자, 결재 OTP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고 모두 횡령자가 담당해 무단인출이 가능했다.
대우일렉 매각 몰취계약금이 예치된 은행 명의 통장 잔액의 변동상황이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전환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한 지점 자체 감사가 실시된 적도 없었다. 은행 명의 통장의 거액 입출금 거래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적발도 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와 함께 향후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이러한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사고예방을 위한 금융감독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영실태평가시 사고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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