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 3종이었을까 아닐까
기사내용 요약
미서 새 연구결과 발표따라 논쟁 치열
제한된 화석으론 증거 찾기 어려워
"논쟁 이어져 고생물학 이해 늘면 좋은 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2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공룡을 한가지 종이 아닌 3가지 종으로 나누어 분류해야 한다는 고생물학 논문이 나오면서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공룡의 이름은 "폭군 도마뱀 왕"아라는 뜻의 라틴어다.
진화생물학 저널에 실린 공동 논문 연구자들은 초대형 포식자의 순수 혈통을 따로 구분하면서 보다 덩치가 크고 시기가 오래된 T. 전제군주(T. imperator)와 보다 작은 크기의 T. 여왕(T.regina)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즉각 고생물학계에 커다란 논쟁을 일으켰다. 24일 다른 고생물학자들이 이들의 논문을 검토한 동료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위스컨신 카티지 대학의 고생물학자 토마스 카는 논문에서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T. 렉스 연구가 과학을 넘어 공중의 큰 관심사여서 반박한다. 여러 종이 있다는 가설을 대중이 믿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의 논문 연구자 중 한 사람인 그레고리 폴도 반박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반박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담은 새로운 논문을 준비중이다.
저명 고생물학자인 폴 박사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증거에 반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여러 종이 존재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논쟁은 여러 세(世, epochs)에 걸친 것이다. 공룡의 유전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석으로 확인한 공룡의 계보는 다른 화석으로 확인한 계보와 상충하기 일쑤다. 이에 따라 고생물학자들은 특정 부위 뼈의 크기와 모양 등 특성을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땅속에 오랜 세월 묻혀 있는 동안 뼈가 변형되기 때문이다. 또 공룡이 살아 있는 동안의 성별의 차이, 부상, 질병, 자연 변이도 뼈에 나타난다.
살아있는 생물의 경우 특성 오차는 대량의 데이터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앨버타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필립 큐리는 T. 렉스처럼 화석이 많지 않은 경우 "화석이 100개라도 충분하지 않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한계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은 조각맞추기에 애를 먹으며 따라 종을 잘못 파악하거나 특정 종을 누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트리세라톱스라는 초식성 삼각수 공룡을 2종으로 분류했던 1996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티라노사우루스라는 이름은 1905년 처음 사용된 이래 흔들림없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지난 2월의 논문이 전세계 박물관에 널리 퍼진 T. 렉스 공룡 화석에 대한 설명을 바꾸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믿지 않는 과학자들도 많다.
T. 렉스에 대한 연구는 주로 커다란 대퇴골과 아랫턱에 나 있는 앞니 한 쌍에 집중돼왔다.
반박 연구를 발표한 카 박사는 두 가지 특성 모두 연구자들이 주장한 3종의 티라노사우루스 종들 사이에서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3종 사이에 다르다고 주장한 특성들이 실제로는 겹친다"고 말했다. 2020년 40여 T. 렉스 샘플을 조사한 연구를 발표한 그는 "서로 다르다는 종들 사이에 분명한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몇몇 잘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들의 치아와 대퇴골 크기가 연구자들이 제시한 분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박 연구자들은 또 원 연구자들의 통계 분석 방법을 비판했다. 반박 논문 참여자인 뉴욕 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제임스 나폴리는 연구자들이 검증 전부터 3종으로 분류한 뒤 통계를 내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샘플이 어느 그룹에 속할 지를 정한 뒤 종이 얼마나 되는 지를 파악했다면 잘 된 검증이지만" 미리 분류수를 정해 놓고 자료를 분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원 논문 연구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 샘플 모두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비교해 다수의 알로사우루스 공룡 화석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반박 연구자들은 알로사우루스가 유타주에서 한 곳에서만 화석이 발견된 데 비해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여러 시기의 여러 지점에서 발견된 것을 감안할 때 두가지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지역적, 시기적 변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박 연구자들은 또 T 렉스의 후손 변종인 조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12종의 현존 조류 대퇴골을 조사한 결과 T렉스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연구자인 폴박사등은 다른 요인들이 이같은 변이가 나타나도록 한 것으로 본다. 이들은 준비중인 논문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에 있는 뿔의 모양이 각각의 하위종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서 화식조의 두개골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대조된다고 강조했다. T. 전제군주종의 뿔형 눈섭이 방추형이지만 T. 렉스의 뿔은 문고리 손잡이 모양이라는 것이다. 폴 박사는 "이 차이로 논쟁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나폴리 박사는 현재 악어류의 갑옷처럼 이들 뿔이 각질로 커지면서 그 아래의 뼈가 성장하는 것을 막았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T. 렉스의 뿔이 나이가 들면서 모양이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학자들이 동의하는 한가지는 티라노사우루스 샘플이 더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칼스턴대 고생물학자 겸 원논문 공동 연구자 스콧 퍼슨스는 "화석이 더 많이 발견되면 통계적 방법론으로 많은 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연구에 모두 관여하지 않은 미네소타대 고생물학자 피터 마코비키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 대중들이 고생물학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의 대상이 완족류가 아닌 T. 렉스여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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